[사설] 정부 의지 있나…알맹이 빠진 연금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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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거의 맹탕 수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2023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정부안은 이번 주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실행력 없는 정부 개혁안은 사실 예견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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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거의 맹탕 수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2023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계획안에는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만 있을 뿐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구체적인 수치는 없다. 청년세대를 의식한 듯 보험료율 인상속도 연령별 차등화, 상황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과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정부안은 이번 주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이 다시 한번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이상하지 않다.
실행력 없는 정부 개혁안은 사실 예견된 일이다. 연금개혁 밑그림을 맡은 전문가위원회인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9일 무려 24개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때부터다. 정부 계획 수립을 위해선 위원회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놔야 하는데 경우의 수만 나열하고 끝낸 것이다. 지금 상태로 국회에 넘어간들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 인상폭을 높인다는 발상은 세대간 공정성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퇴직을 앞둔 직장인은 노후 준비가 빠듯한데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확정기여형이나 자동안정화장치도 결국은 40%인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는 수단이어서 합의가 쉽지 않다.
정부는 보험료율의 구체적인 수준은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와 정보를 갖고 있는 건 국민이 아니라 정부와 전문가다. 받는 돈과 주는 돈을 계산해 정책 결정자들이 몇가지 방안을 만들고 이에 대한 적정성을 국민에게 묻는 게 순서다. 무엇보다 국민 각자는 연금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그 껄끄러운 역할을 아무도 안 하고 못 하면서 결정권을 국민에게 넘기겠다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다. 자칫 공론화가 공전할까 걱정이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상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한 내는 돈 이상의 연금 수령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김대중(소득대체율 인하와 수급개시연령 연기) 노무현(소득대체율 인하) 정부를 제외하곤 역대 정부가 사실상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무원연금이라도 일부 개혁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손을 못 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을 “맹물”이라고 비아냥 댄다. 그러나 폭탄 돌리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국회 1당으로 힘자랑만 말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이번에야말로 답을 내야 한다. 정부안에 구체성이 없다지만 개혁 방향은 사실 이미 정해져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늦출수록 초읽기에 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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