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재정분권 방안 세워라

손균근 기자 2023. 10.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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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육·의료 확충 시급” 대통령 지적 백 번 옳은 말
재원 없는 지방 엄두 못내…재정분권 로드맵 내놔야

국회의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30일부터 내년도 국가예산을 심의 처리하는 예산국회가 시작된다. 전국 지방정부는 ‘준전시 상황’이다. 부울경 광역정부와 기초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가뜩이나 긴축으로 내년 국비예산도 빠듯하다.

현재 한국의 세입구조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7.5 대 2.5 수준이다. 자치분권의 확대를 요구하는 지방정부나 시민단체가 ‘2할 자치’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러니 국비예산은 지방정부의 ‘생명 줄’과 같다. 자칫 국비 확보전에서 밀리면 직원 월급 주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기초정부도 수두룩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던진다. 지방정부가 국비에 목을 매는 예산구조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이냐는 것이다.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12월에 통과된 개정 지방자치법 논의 당시 중앙정부의 권한 가운데 지방정부로 넘겨야 할 행정권을 포괄적으로 이양하는 문제가 논의된 적이 있다. 지방정부가 사실상 수행중이거나 현장성이 높은 행정권을 넘겨받는 것은 숙원이다. 그런데 국회와 대한민국시장·도지사협의회 등 관련 기관단체간 논의과정에서 뜻밖에도 일부 지방정부가 포괄이양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중앙정부가 관련 행정사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함께 지방정부로 이양하는데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직과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나. 자치경찰제만 하더라도 사무조정에 따른 지방 예산이 없으니, 사실상 무늬만 자치경찰로 운용된다. 자치경찰 교부세를 도입하든 지방소비세를 늘리든 자치경찰은 지방자치에 기반해야 하는 만큼 지방세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해법은 중앙정부가 자치행정권과 함께 재정권도 지방에 넘기는 재정분권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정부의 국비 따기 전쟁이 개선될 수 있다.

1970년대 국가주도 경제성장정책이후 중앙정부 중심의 세입과 예산 편성권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한 치도 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지방세 비중 25%는 캐나다(55.1%), 독일(53.7%), 미국(46.5%), 일본(37.7%)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낮다. 중앙정부의 시책과 재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은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낸 자료를 보면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격차가 0.5% 포인트에서 금융 위기 이후(2010~2021년)에는 1.5% 포인트로 벌어졌다. 축구에 비교하면 한국은 수도권이라는 한 구석에서 답답한 경기를 펴고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전 국토를 그라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전술이 더 효과적인지 국민이 안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최근 한국지역언론인클럽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세의 세율과 감면에 대한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방정부의 실질적 과세자주권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으로 직접 과세할 수 있도록 재량적 권한을 확대하고, 현재보다 과세권을 넓게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 이틀 나온 지적이 아니다.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권을 지방정부에 줘도 운용할 도리가 없다. 기획재정부가 행정권 이양에 맞춰 재정권을 함께 넘기는데 대해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2할 자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현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해 연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없는데, 책임성을 논하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반박이 터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안동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 5회 중앙지방협력회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바로 (수도권에) 편중된 상태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며 “우리의 GDP(국내총생산)를 높이고 확실하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국토를 빠짐없이 촘촘하게 다 써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역의 대규모 투자와 기업유치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교육과 의료를 꼽았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지역의 교육과 의료를 위한 투자를 누가 맡느냐는 것이다. 재정분권이 2.5할에 머문 상황에서 지방정부에만 미룬다면 이는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교육과 의료의 질을 높이고 양을 확충하는 계획은 지방정부가 세울 수 있지만 중앙정부의 재정분권 조치가 없으면 현실성은 떨어진다.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11월 1일부터 3일간 대전에서 2023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재정분권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로드맵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손균근 서울본부장·㈔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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