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외국인 선원 고용, 개방적 자세 필요하다
외국인 선원 고용문제가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외국인 선원 고용 및 관리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해수부에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되어, 국무총리실에서도 선원을 포함한 외국인 고용문제 개선을 위한 종합적 검토에 들어가 있다. 필자는 국민권익위가 주최한 공청회의 좌장을 맡은 이후 국무총리실 TF에도 참여하게 되어 ‘외국인 선원 고용관리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신생아 출생률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비율의 대폭 감소와 사병복무기간의 단축이 병역특례제도의 실효성 감소로 이어지면서 선원의 감소 폭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선원 5만9843명 중 외국인이 2만7333명으로 약 45.7%에 달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으면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의 고용이 한국인 선원의 고용을 어렵게 하고 근로조건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서 우리 해운·수산업의 최소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우리 산업일꾼으로 수용하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
비자발급 종류에 따라 외국인 선원이 국내에 유입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외항선과 원양어선의 경우에는 국내 체류하면서 승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원수첩이 선원신분증명과 여권의 기능을 한다. 반면 ‘선원법’ 적용대상인 내항선과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은 E-10 비자를,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20t 미만의 어선과 양식업 종사자, 5t 미만 내항선 등의 선원은 E-9 비자를 발급받아서 승무하게 된다.
그중 E-9 비자를 발급받고 국내에 들어오는 선원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를 받아서 들어오는 반면, 전문직종으로 분류된 E-10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오는 선원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해양수산부의 ‘외국인선원고용관리지침’(위임입법은 상위법의 위임근거가 있어야 함)에 근거해서 고용이 되기 때문에 노사합의를 전제로 도입 선원수가 정해지고, 송입비용과 사후관리를 모두 선박소유자가 하게 되는 등 상당한 문제가 있다.
반면 비전문직에 해당하는 E-9 비자발급대상 선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내에 송입되기 때문에 한국어능력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도입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를 모두 국가가 담당한다. 외국인 선원 고용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해수부의 E-10 비자 대상 선원의 경우 외국인 선원 채용 및 관리의 법적 근거 미비,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외국인 선원 관리 지침’에 따라 외국인 선원 관리 위탁업무가 이루어지고, 도입 규모를 국가가 아닌 노사합의로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등 제도적 미비점과 외국인 선원의 무단이탈, 송입업체 관리 미흡 등이 지적됐다.
지금의 우리 노동시장과 해운·수산업의 여건상 외국인 선원의 유입이 없이는 더 이상은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외국인 선원 문제도 정부가 외국인 인력의 통합관리 차원에서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외국인 선원이 부원에서 해기사로 승진하고, 우수 선원에 대해서는 가족 비자 발급, 영주권 발급, 국적 부여 등의 동기 부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서 외국인 선원을 한국인 선원으로 양성할 필요도 있다.
한편 계절적 수요가 발생하는 선원의 경우에는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적기에 공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산재보험 임금채권보장보험 등에 가입하는 등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이들 송입업체가 외국인 선원을 직접 고용해서 파견근로를 하는 방식으로 민간을 이용한 탄력적 관리도 검토할 만하다.
이와 동시에 한국인 선원의 신규 유입과 장기근무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운·수산 분야의 정부 정책자금 지원사업에서 일정 비율의 한국선원의 확보율을 전제로 선정요건을 정해 선사 스스로 한국 선원의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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