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19] 지리산 왕시루봉의 기독교 유적
술 주(酒)자를 분해하면 삼 수(氵)에 유(酉)이다. 삼 수(氵)는 동양의 삼교, 즉 유·불·선을 가리킨다. 유(酉)는 무엇이냐? 기독교라고 보았다. 이것이 주역의 대가였던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의 독특한 해석이었다. 유(酉)는 그 형상으로는 항아리 모양이지만, 방향을 놓고 보면 서쪽을 상징한다. 기독교는 서쪽에서 왔으니까 유(酉)를 기독교로 풀이했던 것이다. 동양의 유·불·선이 기독교라는 항아리에 들어가 서로 섞이고 발효가 되어서 술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술을 먹고 서로 공존해야 한다. 전쟁하면 안 된다. 고구려 때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좋아한다고 되어 있는 한국 사람이 이 술을 먹고 한류를 만들어 냈다. 한류의 바탕에는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의 역할이 있다. 이·팔 전쟁의 종교 간 증오를 보면서 ‘주(酒)’자에 대한 야산 선생의 메시지가 다가왔다. 종교도 결국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벽안의 푸른 눈에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의 집안은 4대째 내려오는 선교사 집안이다. 이 집안 4대의 스토리가 한국 기독교 전래사의 한 대목을 담당한다. 지리산 왕시루봉(1240m)의 9부 능선쯤에 기독교 선교 유적 12채의 집이 있다. 원래는 노고단 정상 부근에 있었다. 선교사들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풍토병으로 67명이 죽어 나가자 고지대의 시원한 곳에다가 요양소를 만들었다. 그때가 1921년이었다. 지리산 노고단 수양관은 1950년 전후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 파괴되었다. 장소를 옮겨서 왕시루봉에다 1962년에 새로 지은 수양관이 현재의 12채이다.
12채 가운데는 인요한의 아버지 ‘인 휴(Hugh M Lintin)’ 목사가 머물렀던 집도 있다. 일본의 눈이 많은 지역 지붕 스타일인 ‘갓쇼즈쿠리(맞배지붕)’ 구조이다. 12채는 미국, 영국, 호주, 노르웨이, 일본 등의 각국 건축양식이 사용되었다. 지리산 수양관에서 병을 치료한 선교사들은 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대구 동산병원, 광주 기독병원, 전주 예수병원을 세웠다. 특히 광주, 순천, 목포 지역에 많은 교회를 세우고 학교도 세워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였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다. 인요한 집안은 한국에 많은 적선을 하였다. 한국의 그릇인 ‘시루’는 시루떡을 할 때 필요했던 옹기이다. 시루떡이야말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했던 축제 음식 아닌가. 왕시루봉의 선교 유적은 배고프고 질병에 시달렸던 한국 사람들에게 큰 공덕을 쌓는 시루떡 역할을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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