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태원 참사 1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기도할게요’, ‘부디 하늘에선 편하게 지내시길’,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오면 수많은 쪽지가 붙어 있는 벽을 만나게 된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포스트잇이 놓인 작은 책상이 있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각자의 마음을 담아 추모와 애도의 메시지를 남긴다. 영어, 일본어, 아랍어 등 외국어로 된 쪽지들도 많다. ‘○○아, 아빠가 많이 보고싶구나. 사랑해’라는 유가족의 글에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해 10월29일 저녁 핼러윈 축제를 찾았던 159명이 국가의 무관심과 안전불감증에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압사를 당했다. 뻔히 예측되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는지 지난 1년간 많은 이들이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대통령실도, 행정안전부도, 경찰도, 구청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생존자들과 유족들의 시간은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이 사망한 순간에 멈춰 있다. 유족들은 평범한 삶의 고리가 끊어진 채 해본 적 없는 ‘투쟁가’의 길로 들어섰다. 진상 규명도, 처벌도,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도 없는 가운데 치유와 회복은 멀기만 하다. 참사의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마련됐다. 골목 입구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바닥에 새겨졌다. 이정민 유가족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곳은 지난해 10월29일 밤 즐거운 일상을 보내다가 서울 한복판의 골목에서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곳이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을 다짐하기 위한 곳”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했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을 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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