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경기예술나무
신문에 고정칼럼을 연재하다 보면 정말 세월이 화살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원고 마감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달 칼럼은 ‘경기예술나무’를 주제로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가 글의 첫머리가 잘 잡히지 않아 국어사전에서 나무를 검색해봤다.
나무,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여러해살이 식물. 정말 짧고도 명료했다. 굳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지만 나무라는 생명체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는, 그냥 나무였다.
얼마 전 아프리카 잠비아의 칼람보 폭포 인근에서 약 50만년 전부터 인류가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이 발견됐다는 뉴스의 헤드라인이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다. 유기물질인 나무는 오랜 기간 원형대로 보존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무려 50만년 전의 나무가, 그것도 의도적으로 다듬은 흔적이 뚜렷한 나무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발견자들은 도구로 홈을 파서 십자 모양으로 맞물린 형태의 통나무가 건축물 기초의 한 부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무려 50만년 전에 이미 통나무를 다듬어 집을 짓고 살았다는 뜻인데, 고인류의 주거생활 방식에 대한 일반 상식을 깨는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인류는 나무에서 비롯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속하는 영장류의 진화가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면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 원근을 구별할 수 있도록 두 눈이 일직선상으로 배치됐고, 잘 익은 나무 열매를 찾아내기 위해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더해졌다. 숲은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삶의 터전이었고 편히 쉴 수 있는 은신처였다. 인류 진화의 최대 전환점인 두발 걷기도 나무 위에서 내려와 땅을 디디면서 시작됐다.
길고도 험난했던 코로나19의 시절, 우리가 잠시나마 기대어 쉴 수 있던 곳은 자연과 문화예술뿐이었다. 역병의 창궐을 피해 들로 산으로 떠돌던 우리에게 나무 우거진 그 숲이 없었다면, 그리고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줄 문화예술의 향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온전한 일상으로 되돌아온 지금 문화예술이 보듬어 주던 따뜻한 위로에 대한 기억은 어느새 가물가물하다. 마음방역과 예술백신은 벌써 빛바랜 구호가 돼버렸다.
아쉽게도 문화예술이라는 나무의 뿌리는 너무나 허약하다.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제일 먼저 삭감되는 예산은 언제나 문화예술 쪽 예산이다. 우리에게 일상의 문화예술은 정말 사치란 말인가? 자조적인 한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하 수상한 세월에 경기문화재단에서는 문화예술을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문화예술 후원을 목적으로 ‘경기예술나무’의 씨앗을 뿌리는 기부 캠페인을 시작한다. 식목일마다 부지런히 나무를 심었던 덕에 우리는 제법 울창한 숲을 갖게 됐다. 이제는 예술나무를 심을 차례다. 경기예술나무의 숲이 우거질 질 때 우리의 삶은 더욱더 풍성해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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