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 추모 방식을 바라보는 시선들

김보선 2023. 10.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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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해 있다. 2023.10.29. [사진=대통령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극우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버선발로 달려가더니 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반응이다. 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으로 향했던 것이 지난 26일인데, 공교롭게도 사흘 뒤인 29일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맞으면서 '대통령이 상반된 추모 행보를 보였다'는 부정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서울 성북구 소재 영암교회를 찾아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했다.

윤 대통령이 추모대회에 불참하기로 한 데는 사실상의 정치집회 성격이라는 대통령실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정치집회'를 운운해 도리어 참사를 정쟁화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추모 1주기 당일 대통령실은 추모대회의 '정치적 성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단순 비교 대상이 된 대통령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일정 역시 관심이 상당했다. 이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데다, 총선을 앞두고 1년 반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아버지 추도식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2023.10.26.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여권에 냉랭해진 민심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은 채 지난 21일 순방길에 올랐다. 최근 하락세인 지지율 역시 국정 운영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추도식으로 달려간 것은 여권 텃밭인 TK(대구·경북)의 민심을 사수해 보수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긴박함이 담긴 행보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수도권 민심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권 텃밭인 TK까지 민주당은 물론 '비윤·반윤'에게까지 내준다면 윤 대통령과 현 여당의 입지는 상당 부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TK 표 단속' 행보란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다급하다면, 극단으로 치달은 야당과의 갈등 해결의 방식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장 기각이라는 발판을 확보한 뒤 영수회담을 또 제안하고 나서자,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야당 대표와의 소통 물꼬'를 여전히 트지 않았다. 대신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전·외교 안보에 방점을 둔 국정운영에 진력해 이 대표의 민생 주도권 확보 시도를 딱 차단했다.

이후 '이균용 낙마'로 대법원장 인준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법공백' 사태를 맞았다. 야당 주도로 대법원장 인준안이 부결된 만큼 윤 대통령은 야당이 결코 반대할 수 없는 새 후보자를 내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 대법원장 임명 건은 국가의 사법기능과 직결되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진행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헌법상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대통령 역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보인 강경책은 이번 사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흉상 이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이념 논쟁'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25일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이 거행된 대전현충원에서는 윤 대통령이 보낸 근조화환을 한 참배객이 거부하며 뒤로 돌려놓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 예우에 티끌만큼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육사 흉상 철거 계획은 변경되지 않은 상태다. 우원식 의원을 대표로 한 야 4당과 무소속 의원 등 181명은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영웅 흉상 존치'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전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독립전쟁 영웅들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종식시킬 지혜로운 소통법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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