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나의 단풍은 무슨 색깔인가?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경제학 박사 2023. 10. 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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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나타냄의 계절이다.

여름까지만 해도 산이며 골짜기며 온 세상이 푸르렀는데 어느 새 나무와 풀들은 자기만의 색으로 온 산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가을 등산을 가보면 의외로 눈길을 끄는 단풍은 큰나무들 아래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다.

여름철 녹음속에서는 단풍나무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섞여있지만 가을이 되어 큰나무들의 잎들이 서리를 맞아 먼저 떨어지고 나면 숲의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눈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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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고문(법무법인 세종)

가을은 나타냄의 계절이다. 여름까지만 해도 산이며 골짜기며 온 세상이 푸르렀는데 어느 새 나무와 풀들은 자기만의 색으로 온 산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왕성했던 생명들이 동면과 휴식으로 들어가기 전에 숨겨진 자신을 드러낸다. 30년 다니던 직장을 나오던 그 해 가을 유난히 아름다웠던 단풍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단풍은 무슨 색깔인가?' 우리 모두는 각자가 신의 창조물이다. 산속의 나무가 수없이 많아도 똑같이 생긴 나무는 하나도 없듯이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나무들처럼 색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나에게도 분명히 색깔이 있을 것이다. 창조주가 나를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을 때 심어놓은 남과 다른 그 무엇,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색깔, 나의 스타일.

매년 연말은 기업들의 정기 인사철이고 자리의 이사철이다. 직장안팎에서 수군 수군 인사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다.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 경기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해 다가올 연말 정기 인사가 더없이 매서울 수가 있다. 벌써 언론에는 "4대 그룹 인사 촉각..", "조직 쇄신"등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경제면 헤드라인으로 뜨고 있다. 인사에서 소위 아웃될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우울하기만 하다. 가을 단풍에 자신의 인생이 오버래핑이 된다. 서울의 경우 연말이 가까울수록 청계산역등 수도권 전철과 등산로가 접한 전철역에 정장에 입은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집에서는 나오지만 막상 갈데가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가장 좋은 친구이고 위로자가 된다. 누구든 받아주고 무슨 이야기도 조용히 들어준다.

인생은 언제나 여름일 수 없다. 때가 되면 다른 계절이 반드시 다가오듯이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을은 찾아온다.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인생은 수레바퀴와 같다고 했던가. 위가 아래가 되고 아래가 위가 되는 ...

남자든 여자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남들에 비해 자신이 아무리 초라해 보여도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 있든지 멋있다. 가을 등산을 가보면 의외로 눈길을 끄는 단풍은 큰나무들 아래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다. 우선 단풍나무만 봐도 그렇다. 단풍나무 자체가 키가 크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 참나무들 같이 큰 나무들 아래에서 조용히 자란다. 여름철 녹음속에서는 단풍나무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섞여있지만 가을이 되어 큰나무들의 잎들이 서리를 맞아 먼저 떨어지고 나면 숲의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눈을 사로 잡는다. 야생화들 마찬가지이다. 숲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지만 화려하지 않지만 제각각 색깔들을 낸다.

자기만의 색깔은 자기만의 결이고 소위 결기있는 인생이다. 연말 인사에서 물을 먹더라도 자기만의 결기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따뜻한 봄날의 시간이 다가온다. 가을의 단풍은 낙엽으로 지기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을 살아남아 새로운 모습으로 봄을 준비하는 비장한 결단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가을 단풍을 보면서 나의 인생을 생각해 본다. '나의 인생, 나의 단풍은 무슨 색깔인가?"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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