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도 가수도, 청춘으로 시간여행

김여진 2023. 10.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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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없소', '소양강처녀', '넌 내게 반했어', 'Hound Dog' 세대를 아우른 대중음악 명곡 공연이 춘천에서 펼쳐졌다.

도내 음악계 관계자는 "관객 평균연령은 다른 음악 페스티벌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 부분이 곧 지역 중소도시가 개최하는 행사의 매력일 수 도 있다"며 "춘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낭만성이 대중음악과 더불어 더욱 짙어지고, 음악의 중심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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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뮤직페스타 1600명 운집
춘천문화재단 올해 첫 개최
세대 공감 대중음악 명곡 선곡
관객 연령 높아도 함성 연속
지역 뮤지션 주역 참여 눈길
▲ 한영애가 지난 27∼28일 춘천에서 열린 ‘R.E 뮤직 페스타’에서 공연하고 있다.

‘누구없소’, ‘소양강처녀’, ‘넌 내게 반했어’, ‘Hound Dog’… 세대를 아우른 대중음악 명곡 공연이 춘천에서 펼쳐졌다. 어린이부터 대학생, 노년까지 음악에 심취했고, 모처럼 대중음악의 불씨가 춘천에서 살아났다.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한 ‘R.E 뮤직 페스타’가 지난 27∼28일 KT&G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렸다. 시대를 풍미했던 명곡을 통해 관객에게 ‘춘천앓이’의 경험을 새롭게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페스타는 한영애, 블랙홀, 사랑과평화, 신촌블루스, 노브레인 등이 무대에 올라 10월의 마지막 주말 밤을 달궜다.

인기 가수 위주의 섭외 대신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뮤지션들의 무대가 이어졌고, 이들은 목소리와 연주력으로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무대에 오르면 나이가 무색하도록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하고 손을 흔들며 아티스트들과 호흡했다.

▲ 블랙홀이 지난 27∼28일 춘천에서 열린 ‘R.E 뮤직 페스타’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튿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사랑과평화는 ‘한동안 뜸했었지’를 시작으로 공연 내내 질주했다. 통넓은 청바지를 입고 나온 보컬 이철호는 청년 같은 모습으로 최근 출연한 경연 프로그램 ‘불꽃밴드’에서 선보인 주요 곡들을 불렀다. 무대를 누비며 젊은 에너지를 선사한 이철호가 자신의 나이를 “일흔 하나”라고 밝히자 관객들 사이에서 감탄이 나왔다.

‘소리의 마녀’ 한영애의 목소리는 모든 이들을 가을 저녁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노브레인은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보컬 이성우는 “많은 뮤지션이 왜 춘천을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한 뒤 “아리아리쓰리쓰리”를 반복하는 가사의 ‘강원도아리랑’을 록 버전으로 부르며 공연주제를 극대화 했다.

녹우와 프렌즈는 색소폰과 더블베이스, 키보드 등 각 악기 매력을 알리는 무대에 이어 ‘안개 중독자’ 등 춘천의 정체성과 꼭 맞는 곡들을 들려줬다. 아이보리 코스트는 사회적 주제를 담은 가사의 초기 곡부터 명랑하게 일상을 응원하는 최근 곡 ‘오늘 뭐해’, 발매를 앞둔 신곡 ‘두시 반’까지 다양하게 노래했다. 특히 시각장애 아티스트로 알려진 김민지와 무대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지는 압도하는 목소리로 편곡한 버전의 ‘소양강처녀’ 등을 들려주며 감동을 선사했다.

▲ 노브레인이 지난 27∼28일 춘천에서 열린 ‘R.E 뮤직 페스타’에서 공연하고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한국 메탈음악의 자존심 ‘블랙홀’의 무대와 신촌블루스·마담로즈(이은근)의 합동공연도 눈길을 모았다.

특히 이번 페스타는 마담로즈, 녹우와 프렌즈, 아이보리 코스트·김민지, 모던다락방, 차빛나 밴드, 소보, 훈남스·말랑콰르텟, 그림하일드 등 춘천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대형공연의 주역으로 참여한 점이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공연 첫째날은 김한림, 둘째날은 훈남스의 박승훈이 사회를 맡아 지역 뮤지션들을 친절히 소개하기도 했다. 한림대 ‘코다’, 강원대 ‘꾼’ 등 지역 대학 동아리들이 버스킹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을 만난데 이어 객석에서 국내 최고 뮤지션들과 호흡했고, LP판매 및 DJ부스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틀간 열린 페스타에는 1600여명의 관객이 참여, 내년 개최로 이어갈 수 있는 대중적 기반도 마련했다.

도내 음악계 관계자는 “관객 평균연령은 다른 음악 페스티벌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 부분이 곧 지역 중소도시가 개최하는 행사의 매력일 수 도 있다”며 “춘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낭만성이 대중음악과 더불어 더욱 짙어지고, 음악의 중심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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