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위하준'] 사약 로맨스·누아르 다 잘하는 배우의 '플러팅'
디즈니+ '최악의 악' 정기철 役 활약…첫 키스신·첫 누아르 도전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데뷔 후 약 8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비슷한 결의 장르를 연이어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변신을 꾀했다. 연하남이 됐다다 악역이 되고, 공포물을 했다면 액션도 했다. 그러다 보니 카멜레온급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실제 모습도 마찬가지다. 무표정일 때는 차가운 인상을 남기더니 짓궂은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은 자꾸 놀리고 싶게 만든다. 출연진들 중 막내였다며 첫사랑에 대한 순수함을 드러내더니 무거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단단한 내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다양한 매력을 자랑하니 존재 그 자체가 '플러팅(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유혹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으로 느껴지는 배우 위하준이다.
위하준은 지난달 27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각본 장민석, 연출 한동욱)에서 강남연합 보스 정기철 역으로 분해 활약했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박준모(지창욱 분)가 언더커버로 잠입하는 범죄액션 드라마다. 극 중 정기철은 조직을 이끌 때는 냉정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첫사랑 유의정(임세미 분)을 향해서는 순수한 애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위하준은 정기철의 대비적인 면모를 섬세하겨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첫 누아르 도전이었다. 위하준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많이 설렜고, 촬영하면서는 부담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막내인 내가 보스로서 조직원들을 이끌고 중압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복합적인 감정도 있는 만큼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하준의 부담과 우려가 무색하게 '최악의 악'과 기철은 호평일색이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남성팬들의 마음까지 제대로 사로잡은 위하준이다. 이에 그는 "시청자들께서 몰입해서 봐준 덕분에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는 것 같아 이 점이 가장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남성팬이 많이 생겨서 새롭고 뿌듯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며칠 전에 들른 행사장에서 '강철부대' '피지컬 100' 등에 출연했던 분들을 만났어요. 요새 강인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너무 잘 보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히려 팬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헬스장에서도 '최악의 악' 이후 인사해 주는 분들이 많아져 기분이 좋아요.(웃음)"
위하준에게 '누아르'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해보고 싶다고 꿈꿔 온 로망이었다. 다만 여느 누아르가 그렇듯 조폭, 경찰, 누아를 소재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시감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위하준 역시 처음에는 "뻔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내 그는 "보면 볼수록 뻔한 내용이 아니었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이 선택을 하고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때문에 우리 또한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 걸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시청자들이 보면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 끌렸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누아르를 이끈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단다. 위하준은 "한국에서 젊은 세대 배우들이 누아르 작품의 주역을 나서 끌고 간 건 없었지 않나. 선배님들과 달리 우리만의 다른 색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전의 누아르와 달리 '최악의 악'은 조금 더 충동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무게 있는 조직의 모습보다는 살인이나 악행을 저질러도 비교적 가벼워 보여요. 말하는 것도 애들끼리 장난치는 것 같은데, 정작 이들이 저지른 행동은 엄청 나쁜 행동이잖아요. 또 젊으니까 첫사랑이란 소재도 거부감 없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다면 우리 작품만의 로맨스 멜로적인 장르의 매력도 돋보일 수 있겠다 싶었죠."
위하준은 기철을 표현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기철이 보스로서 마냥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에 포커스를 바꿨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마약 카르텔 조직 보스이기도 하지만 사람 정기철의 이야기도 그린 작품이었다. 먼저 조직 보스로서는 거칠고 불같이 하는 것보다는 냉철하고 냉혈한 모습으로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차라리 무게감을 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외적으로는 중압감을 주기 위해 체중을 5kg 증량했다. 위하준은 "'작은 아씨들' 마지막 촬영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최악의 악' 촬영에 들어갔다. 시간이 없다 보니 일단 막 먹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에 가서는 점점 어두워지고 무너지는 감정이 많아 오히려 66kg까지 다시 빼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장의 힘도 더했다. 위하준은 "눈썹을 일부러 산 모양으로 세게 그리고 피부톤도 훨씬 어둡게 다운시켰다. 주근깨도 많이 그려 거칠게 표현하고 싶었다. 다만 화면에는 생각보다 덜 나온 것 같아 살짝 아쉽다"고 전했다.
반대로 의정이를 만났을 때는 인간 정기철을 보여주고자 했다. 가장 순수하고 솔직하며 진정성 있는 기철이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위하준이다.
"냉철했다가 의정이에게만 약해지는 기철이의 이중성이 누군가에게는 이중인격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무너지고 귀여워진다고 생각해요. 실제 저를 생각했을 때도 무리에서 리더 역할도 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연애할 때만큼은 아니었어요. 친구들이 보고 기겁할 정도였죠.(웃음)"
데뷔 후 첫 키스신도 '최악의 악'을 통해 보여줬다. 위하준은 "생애 첫 키스신을 아름다운 작품에서 로맨틱하게 찍고 싶었는데, 해서는 안 되며 아름답지 않고 불편한 장면으로 보여줬다"고 내심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내 그는 "물론 기철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아름답고 진정성 있는 장면이었다. '처음'이 주는 떨림이 있었지만, 임세미 누나랑 워낙 친해서 걱정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철과 의정의 키스신까지 더해지며 위하준은 '작은 아씨들'에 이어 이번에도 '사약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이에 그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팬들도 나도 원하는 제대로 된 멜로를 찍을 때가 됐다. 다행히 '작은 아씨들'의 사약 로맨스 이후에 멜로 주인공으로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실제로 위하준의 차기작은 tvN 드라마 '졸업'으로 정려원과 현실 로맨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위하준은 "대놓고 로맨스까지는 아니다. 안판석 감독님이 일상을 주제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분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멜로 장르는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서툰 사랑이 커지는 느낌이다. '멜로 초심자' 정도로 봐 달라"고 전했다.
데뷔 후부터 캐릭터나 장르에 있어 작은 부분이라도 전작과 반대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위하준이다. 그런 그에게 '최악의 악'은 "보물 같았던 시간"이었다. 위하준은 "내가 가장 나답게 나다운 모습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덕분에 앞으로 배우로서 활동하는 데 있어 너무 좋은 에너지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위하준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한 장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줄 계획이다.
"다양한 색이 있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멜로를 할 때는 멜로 장인이 되고 싶고, 악역을 할 때는 누구보다 악랄했으면 좋겠고, 액션도 정말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배우이자 실제로 보면 따뜻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위하준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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