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풍선 불었나요? 불법을 저지르셨습니다 [사이공 모닝]

이미지 기자 2023. 10.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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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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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부터 가수 지디(GD)까지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에 연루됐다는 소식에 세상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한국에서 ‘마약’이 흔하게 된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관세청은 올해 1~9월 국경 반입 단계에서 마약류 493kg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밀수가 시도된 마약의 절반 이상(286kg)이 태국, 미국, 라오스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접경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은 현재 전 세계 마약류의 25%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이지요.

그런데 이 뒤를 이은 국가로 베트남(35kg)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적발된 전체 중량 기준으로 비중이 7%에 불과하지만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베트남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마약 루트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은 마약 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는 나라입니다.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제조할 경우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죠. 최근에도 마약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한국인도 예외 없는 처벌

지난 27일, 베트남 호찌민시 법원은 헤로인 5.6kg을 유통한 일당 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베트남 언론에는 이들의 신상도 모두 공개됐는데요, 사형을 선고 받은 6명 중 2명은 형제였고, 또 다른 2명은 부부였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거지요.

마약 밀매로 붙잡혀 공안에게 호송되는 전직 한국 경찰. /VN익스프레스 캡처

엄격한 처벌은 외국인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8월에는 한국 전직 경찰관인 김모(63)씨와 공범 강모(30)씨가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돼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전직 경찰관 김씨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으로 6차례 복역한 뒤 베트남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2020년, 한국 수출용 화강암에 마약 39.5kg을 숨겨 밀반입하려다 베트남 공안에 적발됐지요. 그는 “비아그라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지만 베트남 검찰은 가차없이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베트남에 수감돼있는 한국인 마약 사범은 16명에 달합니다. 2년 전 6명에서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베트남 형법은 “베트남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행위에 적용한다”는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내세웁니다. 베트남 법원 역시 마약 범죄에 있어서는 외국인에게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법원이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할거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입니다.

◇풍선도 안돼요

그런데 말입니다, 마약만 아니면 괜찮을까요? 베트남에 다녀오셨거나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이라면 하노이 호안끼엠 맥주 거리나 호찌민 부이비엔 워킹스트리트를 아실겁니다. 관광객들이 모이는 ‘여행자들의 거리’이지요. 클럽과 맥주 가게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생경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풍선’ 입니다.

여행객이 몰리는 호찌민 부이비엔 거리에서 풍선을 부는 사람들. /호찌민=이미지 기자

이 거리에서는 커다란 풍선을 부는 사람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풍선의 이름은 ‘해피 벌룬’. 이 풍선 안에 든 것은 아산화질소(N2O·Nitrous oxide)입니다. 국내에서는 의료용 보조 마취제나 휘핑 크림 제조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 반도체 세정제 등으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이지요. 이 풍선 속 공기를 들이켜면 잠깐 동안 몸이 붕 뜨고, 취한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안면 근육이 마비되면서 웃는 것 같은 표정이 된다고 해 베트남에서는 ‘웃음가스’(Bóng cười·웃음 공)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여행자들이 많은 거리에서 해피벌룬은 하나의 관광 상품처럼 취급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 한국 사람들까지 손에 풍선 하나씩을 들고, 대화하는 중간 중간 풍선에 담긴 공기를 흡입합니다. 일부 클럽들은 이 해피 벌룬을 ‘프로모션 상품’으로 내세웁니다. “밤 11시까진 해피벌룬 공짜!” 같은 문구를 내걸고 말이지요. 이 문구가 영어와 한글로 써져있는 이유는, 이를 소비하는 대상이 한국인 등 외국인이기 때문일겁니다. 과거 빅뱅의 멤버 승리가 베트남 클럽에서 해피벌룬을 부는 것 같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죠.

베트남의 한 클럽에서 손님들이 풍선을 불고 있다. /호찌민=이미지 기자

환경부는 2017년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하고, 이를 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그 후에도 휘핑가스를 구매해 흡입하는 사람이 늘자 2019년 국내에서는 소형 아산화질소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베트남에 여행 온 한국인들은 여전히 ‘풍선’을 붑니다. 한국 돈으로 싸면 1000원, 비싸도 5000원 밖에 하지 않는 가격에 이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이 풍선을 불다가 척수나 신경계가 손상돼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나라는 속인주의(屬人主義)를 택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인이라면, 한국 밖에서 저지른 범죄도 한국 법에 의거해 처벌한다는 뜻이지요.

베트남에서 풍선 불어 보셨나요? 엄연한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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