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기록 삭제된 ‘시진핑 라이벌’…“추모식 말라” 압박도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10.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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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커 창 총리 사망 사흘째
온라인 곳곳서 여론통제 흔적
관영매체들도 후속 보도 안 해
오프라인서 추모 열기 이어져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한 후 시진핑 주석 옆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받았던 리커창 전 총리가 사망하자 중국 당국이 중국 내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론통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 전 총리 사망 사흘째인 29일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가 돌연 사라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국 당국이 발표한 리 전 총리 부고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꾸준히 1∼2위에 올랐었다.

대신 ‘시진핑은 왜 현대화 대규모 농업을 관철하는가’라는 해시태그가 맨 위에 노출됐다.

이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서도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웨이보에서 전날까지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리 전 총리 사망과 관련해 단신성 보도만 내보내며 추모 분위기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새벽 중국인들이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안후이성 허페이시 한 골목에서 그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전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중국중앙TV(CCTV)의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당일 뉴스 시작 14분 만에 리 전 총리 사망과 관련한 당국의 부고만 짤막하게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관영 통신 신화사 등 주요 관영 매체들도 리 전 총리의 부고 소식을 전한 이후 후속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불고 있는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와 배치되는 모습이다.

리 전 총리가 유년기를 보냈던 안후이성 허페이시와 추저우시 일대엔 28일까지 그를 추모하는 중국인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고인이 살았던 집 앞에 국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들도 SNS에 잇달아 게시됐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허페이의 리 전 총리 생가에 헌화하려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허페이의 조화가 동이 나 외지에서 배송할 정도로 추모 열기가 높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각 대학에 리 전 총리의 추모식을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학 관계자들을 인용해 “공산당 지도부가 각 대학에 리 전 총리를 위한 사적인 추모 활동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리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한 조직적인 추모 활동이 자칫 제2의 천안문 사태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1989년 천안문 사태는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후야오방 공산당 총서기가 갑자기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는 인파가 천안문 광장에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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