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600만원 시그니엘·3억 벤틀리 선물…전청조 자금 출처는?

김수연 2023. 10. 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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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아닌데 명품·경호원 대동 등 재력 과시
실제 신용불량자…사기피해금으로 돌려막기 추정
전청조씨에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물들. 남현희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27)씨가 최근 사기 혐의로 잇따라 고소·고발당하고 남씨까지 수사해달라는 진정이 경찰에 접수된 가운데, 전씨가 과시해온 재력의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속여온 전씨는 초호화 아파트와 자동차 등을 과시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의 사기 의혹과 관련해 피해 규모와 출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전날 서울경찰청에 남씨와 전씨 등을 상대로 사기·사기미수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남씨는 전씨로부터 명품 가방과 차량 등을 선물 받았다”며 남씨가 금전적 손해를 본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 수익금을 공유한 사실상 공범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실제 남씨는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에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의 선물들을 게시해온 바 있다. 지난 8월 남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벤틀리 벤타이가 차량의 내부 사진, 자동차 열쇠와 함께 “고마워 조조”(Thank you jojo)라는 문구를 올렸다. 조조는 전씨의 애칭이며 벤틀리 벤타이가 가격은 약 3억원대다. 남씨는 지난 2월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쪼~ 오늘도 펜싱”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풀빌라는 1박 가격이 1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온라인상에서는 ‘파라다이스 그룹 혼외자’라고 거짓말했던 전씨가 의도적으로 해당 호텔에 데려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전씨는 이외에도 디올 가방 등 각종 명품을 남씨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신용불량자라는 주장과 함께 ‘재벌 3세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자금을 융통해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전씨는 남씨에게 준 선물 외에도 서울에서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시그니엘’에 월세로 거주하는 등 실제 ‘재벌 3세’에 걸맞은 재력을 보여왔다. 시그니엘은 월세만 2600만원에 달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씨는 과거 제주도를 방문할 당시 경호원 10명을 대동했는데, 경호원의 1명당 월급은 15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제주의 한 카페를 방문한 전청조 씨(사진 가운데). 경호원 두명이 근처에 서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원 제공
 
전씨는 사기 피해자들에 남씨와의 각별한 사이를 강조하며 자신의 부를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남씨 지인과 세미나 수강생 등 피해자만 최소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씨의 자금 원천이 사기 피해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의원에 제보한 피해자들 대부분이 ‘신용카드’를 전씨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투자금 현금화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대한도로 물건을 구매했다고 한다”며 “사기 피해금으로 계속 돌려막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씨에게 실제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 A씨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구제역’에서 “(전씨가) 지금 외국이라서 이체가 안 되니까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다가, 나중에 연락이 왔다. ‘그 돈을 갚는 대신, 투자금액을 넣는 게 어떠냐, 돈을 더 해갖고 넣으면 원금 보장도 해주고, 원금의 2~5배, 많게는 정말 10배까지 돈을 불려주겠다”는 식으로 사기를 쳤다고 설명했다.

3개월 동안 1700만원 정도를 건넸다는 A씨는 “처음에 요구했던 돈보다 점점 계속 더 놓으라고 했다. 안 그러면 지금 다 어그러진다고 계속 협박했다”며 “전씨가 거주했던 시그니엘 돈도 입금했다. 시그니엘은 하루나 이틀 정도를 빌릴 수 있는데, 그 비용이었던 것 같다. 판결문에도 ’고급 호텔비‘ 이런 식으로 적혀 있더라”라고 전했다.

전씨는 현재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채널은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전씨의 신용정보를 조회해본 결과 현재 ○○카드에서 61만6000원을 갚지 못해 2019년 이후로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라며 “현재까지도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고 호소하며 사기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2020년 2건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3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3억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전씨의 범행은 결혼을 빙자하거나 직업과 성별을 수시로 바꿔가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남씨는 이같이 재벌가의 혼외자 행세를 한 전씨에게 속았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씨가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조만간 전씨를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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