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받는 게 왜 창피해요?”…감기 치료하듯 간다는 2030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3. 10. 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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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심리상담 프로그램
모집인원 넘는 지원자 몰려
“멘탈관리도 자기계발이죠”
정신건강 관련 인식 달라져
[사진 = 연합뉴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직장생활이 안 풀린다고 느껴질 때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요. 정신건강 관리도 자기 계발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는거죠.”(28세 직장인 정 모씨)

20·30대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심리 상담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신 질환을 숨기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을 기피했던 과거와 달리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거리낌 없이 심리상담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 프로그램이 지난달 25일까지 많은 지원자가 몰리며 마감됐다. 올해 2500명씩 네 차례에 걸쳐 1만명을 모집했는데 예상보다 1600명 더 많은 이들이 지원했다. 지난해 6540명 모집에 8000여명이 몰려 사업 규모를 확대했는데 올해도 지원자 수가 모집 인원을 상회했다.

올해 상담자들이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프로그램에 참석해 털어놓은 속마음을 보면 가치관 혼란 등의 문제가 30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진로·취업 문제(2677건), 대인관계(2319건), 집중력 결핍 등 습관 문제(2172건), 우울·무기력 등 정서 문제(1722건), 건강 문제(238건) 순이었다. 평소 다양한 문제에 노출돼 심리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셈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 김 모씨(30)는 “평소 주변에 상담을 받는 친구가 여럿 있어 심리상담을 받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다”며 “현재 느끼는 감정의 해결책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박 모씨(28) 역시 “감기를 치료하러 병원에 가듯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신적 고통을 받더라도 드러내길 꺼리는 문화가 최근 달라진 모습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여기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21년 전국 만 15세~39세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9%가 스트레스·정신 관리를 자기계발 활동으로 꼽았다. 외모관리(56%), 재무관리(43%)가 중요하다는 답변보다 높았다. 최인성 서울시 청년활력팀장은 “취업 문제, 대인관계 어려움 등 여러 요인으로 청년 마음건강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심리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대학 내 심리상담센터에 학생들도 몰리는 추세다.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관계자는 “상담을 받으려면 평균 3개월 정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심리 상담 받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조기에 전문가 상담을 받고 개선되는 케이스도 많다”며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개방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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