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던 그 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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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워나(wawona)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찾는 곳, 어른 열 명이 팔 벌려 감싸도 모자랄 만큼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숲 '마리포사 그로브' 옆 동네다.
"잘 죽거나 잘 회복하거나···, 두 가능성 모두에 적합한 곳을 찾아 나는 깊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와워나의 신령스러운 숲에 다다른 클라크는 서둘러 작은 거처와 목장을 짓고 요세미티를 탐험하는 일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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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워나(wawona)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찾는 곳, 어른 열 명이 팔 벌려 감싸도 모자랄 만큼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숲 '마리포사 그로브' 옆 동네다. '와워나'라는 특이한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거대한 나무들의 땅에 처음 이름을 붙이고 그 숲에 깃들어 살던 이들은 '미워크'라는 원주민이었다. 그들이 정복자의 무력에 절멸하다시피 한 후 누대로 구전되던 미워크의 전설과 신화는 요세미티의 거대한 화강암 절벽처럼 툭 끊겼다. 그 탓에 수많은 이야기의 기원이 유실돼 버렸고, 와워나가 미워크 언어로 '큰 나무' 혹은 이 숲의 영적 수호자인 '부엉이 울음소리'를 의미한다는 설만 전해질 뿐이다.
와워나를 미국 대중에게 처음 알린 인물은 '요세미티의 수호자'로 불리는 갈렌 클라크이다. 1856년, 마흔세 살이던 클라크가 중증 폐렴에 걸리자 주치의는 6개월 시한을 통고하며 '휴식과 신선한 공기 섭취'를 권했다. "잘 죽거나 잘 회복하거나···, 두 가능성 모두에 적합한 곳을 찾아 나는 깊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와워나의 신령스러운 숲에 다다른 클라크는 서둘러 작은 거처와 목장을 짓고 요세미티를 탐험하는 일에 나섰다. 바로 그곳, 클라크의 집이 있던 자리에 작은 목조호텔이 있다. 클라크에게서 부동산 권리를 사들인 워시번 형제가 2층짜리 건물을 지어 1879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44년 된 호텔이다.
10월 초 요세미티 여행을 할 때 이곳에서 이틀을 묵었다. 오래되어 계단은 삐걱대고, 목조 침대와 구식 반닫이 옷장만 놓인 방은 가난한 수도자의 거처 같았다. 욕실 딸린 방은 예약 마감된 터라 공동 샤워장과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단서마저 붙었다. 불편이 이곳의 상품인가 하는 불만이 고개를 쳐들었다. 두 시간쯤 숲을 산책하다 식당으로 가는데 특이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평균 연령 70대는 될 듯한 노년의 투숙객들이 꿈꾸듯 충만한 표정으로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모습은 어둑해지는 시간대와 맞물리며 지나간 시대의 어느 공간으로 발을 잘못 디딘 듯한 환상마저 자아냈다. 식당에서, 커피 테이블에서, 베란다 의자에서,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알고 보니 거의 다 이 호텔을 한두 번은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이곳의 정갈한 환대가 몹시도 그리웠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50년 전의 신혼여행 추억을 찾아 8시간 동안 차를 몰았다고 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호텔 직원들은 격조 있게 친절하고 식당에서 내놓는 음식도 잊히지 않을 별미였다. 걱정했던 샤워장과 화장실은 또 얼마나 청결한지···.
늦은 밤, 밖에 나가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낮은 속삭임이 들렸다. "봐요, 별들마저 그대로예요. 우리가 여기에서 다시 밤하늘을 보다니, 꿈인 것만 같아요." 50년 만에 신혼여행지를 다시 찾았다는 노부부였다. 공간의 가치는 거기에 머무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두 손 모아 소원 하나를 말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그때 나도 저들처럼 꿈같던 오늘을 추억하면 참 좋을 거라고.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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