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전망과 엇나가는 한국경제
4분기 수출·업황 개선 전망…대외 경제 불확실성 탓 강한 반등은 난망
경기가 올해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과 달리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상반기보다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줄었지만 주력 기업들의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29일 경향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가 있는 주요 상장사 21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43조2527억원으로 전년 실적(43조4496억원) 대비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뜯어보면 국제 연료비 하락으로 한국전력의 3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 넘게 늘어난 착시효과 탓이 크다. 한전을 제외할 경우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은 41조6965억원으로 전년(50조9805억원) 대비 18.2%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삼성전자(-8조4500억원)와 SK하이닉스(-3조4525억원)의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비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영업이익 감소폭이 크다. 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업황 개선에 속도가 붙겠지만 흑자 전환은 내년 1분기나 2분기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을 앞둔 해운사 HMM도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2661억원), LG화학(-1336억원) 등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46.3%(2조2700억원)와 272.9%(2조969억원) 늘어나는 등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한화오션도 7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화학·철강 등 주요 업종 침체로 경기 개선세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년 넘게 지속된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에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4분기에는 주요 기업들의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이 조 단위에서 수천억원 단위로 줄어들고,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레이스를 이어온 하이닉스는 전년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 실적과 직결되는 수출 실적도 이달부터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0일 수출액 합계는 1년 전과 비교해 4.6% 증가하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월간 수출액이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4분기 경기가 기대만큼 강하게 반등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영향에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개월 전에 나온 영업실적 전망도 빗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기준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삼성전자는 3분기에 3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조원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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