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다시 도마에…금융위, ‘전면 중단’ 포함 개선안 검토
김주현 위원장, 국감서 “원점에서 논의”…순기능 강조서 태도 변화
내부서도 ‘한시 중단’ 목소리…정치적 논리에 일관성 훼손은 부담
금융위원회가 ‘일시적 전면 중단’을 포함해 공매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지속적인 불법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도 대책 마련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제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도 개인투자자의 반발 등을 의식해 공매도 전면 재개는 하지 않았다. 공매도가 다시 전면 금지될 경우 금융당국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 정치권의 압박에 일관성을 잃고 물러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공매도) 제도 개선을 했지만 다시 원점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 개선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매도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일시적으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이후 금융위는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전면 재개까지는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매도는 그동안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당국의 입장과,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맞물려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였다.
금융당국과 전문가 대부분은 악재를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가격발견’이라는 순기능이 더 크고, 세계적으로도 전면 금지하는 국가가 없는 만큼 공매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금지하면 모건스탠리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7월 보고서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의 주가 하락 방지 효과보다 유동성 감소,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올 8월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가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했으며, 시장 거래는 위축시켰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꿔야 한다’는 일부 개인투자자의 지적에도 “전문성 있는 기관투자가가 공매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난 4월 발생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에도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코스피 5개 종목(대성홀딩스, 세방,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다올투자증권)은 공매도가 전면 금지돼 있었고, 나머지 코스닥 3개 종목(다우데이타, 하림지주, 선광)은 공매도 비중이 평균 5%에 그쳐 공매도가 주가 폭락을 가속화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 15일 글로벌 IB 두 곳이 2021~2022년 560억원 규모로 지속적인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해왔다는 사실을 적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하고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금융당국도 각국 사정에 맞게 공매도를 보완하는 추세”라면서 “가격발견 기능이 그렇게 중요하면 공매도를 전면 재개했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 노력을 해야 했는데 금융위가 책임 있는 결정은 하지 않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만 유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는 금융이나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이 돼 버렸다”면서 “여당까지 나서서 가시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자 금융위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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