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일본 압사사고 유족…“함께 비를 맞으러 왔습니다”
[앵커]
2001년 일본 아카시 시의 불꽃 축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지고 2백 40여 명이 다쳤습니다.
참사의 시작에서부터 진행 상황까지, '이태원'과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예상됐지만 대책은 사실상 없었고...
"아이가 숨을 못 쉰다"는 신고에도 경찰은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경찰서장, 부서장 등 '책임자' 들은 재판을 피해갔습니다.
이후 유족이 15년을 싸웠는데, 끝내 형사 처벌은 무산됐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족 또한 이런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며, 아카시 참사의 유가족들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그 만남을 지켜봤습니다.
[리포트]
[당시 9시 뉴스 : "불꽃축제 도중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해서..."]
22년 전 시모무라 세이지 씨는 두 살배기 아들을 잃었습니다.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사람들을 구조하려고) 아이에게 '거기에 가만히 있어!' (라고 했는데), 아이가 있던 곳을 인파가 덮쳐 버렸습니다."]
그 이후 15년, 평범했던 아버지는 책임자 처벌을 위해 '투사'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되살아난, 이웃나라의 비극...
시모무라 씨는 알리고픈 이야기가 있어, 한국에 왔습니다.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이태원 참사 영상은) 제가 참사 현장에 있었을 때랑 완전 똑같은 영상이었습니다. 다른 큰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기억에서 흐려지고 잊혀지죠."]
늦은 밤 이태원 그 좁은 골목길에 선 시모무라 씨.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아카시 참사 때 같은 감각이 여기에 오면 느껴집니다. 그게(신고가) 들어온 시점에서 신속하게 움직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끝내 책임 규명을 하지 못한 아카시 시 참사와, 이태원은 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가능하면 유족분들에게 빨리 결론을 내려 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도록."]
시모무라 씨가 걸어온 길을 이제 걷기 시작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는, 서로 말없이 깊이 안았습니다.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이태원 유족들도 아직 갈 길이 멀고 장벽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송진영/이태원 참사 故 송채림 씨 아버지 : "바로 손잡고 포옹부터 하시잖아요. 유가족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따로 있어요."]
더 늦지 않게 '함께' 하는 것, 그게 우리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 시모무라 씨가 한국에 꼭 전하고픈 이야기였습니다.
[시모무라 세이지/日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 :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 주는 게 아니라 같이 맞아주는 것. 오늘 그런 마음으로 왔습니다. 이번엔 이 159명이 사고를 당했지만, 그게 언제 당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염두에 둬 주시면 좋겠습니다."]
KBS 뉴스 원동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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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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