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사망’ 코스트코 산재 꼬집은 노동자 친형…동료지원가 사업 ‘예산 회복’ 호소한 발달장애인
가수 남태현 ‘마약 재활’ 증언
‘돌려차기’ 피해자 “공포” 토로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코스트코 폭염 사망 노동자의 형,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마약 경험을 술회한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씨 등 참고인들의 진실한 목소리는 큰 울림을 일으켰다. 사건 당사자들의 절절한 호소에 여야 의원들은 정쟁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한낮 기온이 33도에 육박한 지난 6월, 하남 코스트코 야외 주차장에서 카트를 밀던 노동자 김동호씨가 쓰러져 숨졌다. 김씨의 친형 동준씨는 지난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섰다. 김씨는 “지금도 퇴근 시간이 되면 동호가 현관문을 열고 와 ‘엄마 나 왔어’라고 할 것 같다”면서 “내 동생을 이렇게 만든 코스트코 관리자들은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으면서도 직원들을 위해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증인으로 나온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를 향해 동생의 사진을 들어 보이면서 “장례식장에서 ‘동호가 원래 아팠는데 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고 한 말을 똑같이 해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남태현씨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진 남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다가 끝에 다다랐다고 느꼈을 때 대마초를 시작했고 결국 필로폰까지 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약물 중독은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다”며 “중독에 힘들어하는 10대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의 마약중독 재활시설 다르크(DARC)에서 생활하는 남씨는 “입소해보니 대부분 센터장의 사비로 운영되는 등 정부의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A씨는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 부산고등법원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1심에서 형량을 감경한 법원을 비판했다. 1심 재판부에서 재판 기록 열람을 거절당한 일에 대해선 “피고인의 방어권만 있고, 피해자의 방어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징역 20년을 받고 수감 중인 가해자가 1심 판결 후 “다음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한 것에 대해 “숨막히는 공포를 느낀다”면서 “20년 뒤 죽을 각오로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형사소송 재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장애인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 문석영씨(사진)는 지난 23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을 대상으로 한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발달장애인이 국감장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동료지원가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동료지원가 사업을 절대 폐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내년도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문씨의 호소에 여당 의원들도 공감했고,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문씨에게 “예산을 살릴 수 있으니 마음 편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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