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리스트의 추락 [만물상]

강경희 논설위원 2023. 10. 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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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 씨가 15세 연하의 재벌 3세 사업가 전청조 씨와 재혼한다고 발표했는데 남자 친구가 알고 보니 여성이었고 사기 전과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남씨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고 이후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스포츠 스타다.

▶이 희대의 결혼 사기극은 남씨가 재혼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폭로가 쏟아지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남씨는 “악몽을 꾸고 있는 느낌”이라고 피해를 호소했지만 속인 쪽 못지않게 속은 남씨 또한 황당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최고급 주택에 사는 재벌 3세 혼외자를 사칭한 화려한 배경에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모른다. 만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고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했다는 특이한 경력에도 선뜻 재혼을 결심한 남씨의 심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사생활 관리에 실패해 이미지가 망가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는 쇼트트랙 선수 출신 김동성 씨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공인 국제대회에서 딴 금메달만 60개가 넘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빙판을 떠난 후의 삶은 메달리스트 답지 않았다. 불륜 등이 드러났고 이혼 후 자녀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김씨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열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배달 알바를 다니며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띄우며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 유튜브 계정 이름이 ‘빙신 김동성’이다.

▶메달리스트는 피나는 훈련을 견디고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성취를 이룬 만큼 남다른 정신력의 소유자일 수밖에 없다.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후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종종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올 초 중국에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탁구 영웅 장지커가 추문에 휘말렸다. 장지커는 2016년 중국 스포츠 선수 재산 순위에서 2위에 올랐을 정도로 광고 스타로 각광받으며 부와 인기를 쌓았다. 하지만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지고는 이 빚을 못 갚아 전 여자친구의 사생활 동영상을 유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광고계에서 퇴출당했다.

▶동독 출신의 피겨 금메달리스트 카타리나 비트는 “금메달이 평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걸어가야 더 많은 걸 성취한다”고 했다. 메달리스트도 인생에서 이 교훈을 잊으면 힘들게 일군 명예를 순식간에 잃는다. 스포츠 경기에서 메달 따기도 어렵지만, 인생의 금메달리스트가 되기는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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