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보다 길다는 하마스 ‘땅굴 요새’…“무기·식량 등 비축, 3~4개월 거뜬히 버텨”

김서영 기자 2023. 10. 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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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망 총 길이 500㎞ 추정
건물 아래 거미줄처럼 촘촘
폭탄·로켓으로 뚫기 힘들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지상전은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 터널망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지하철 총 노선(약 350㎞)보다 더 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터널망은 빽빽한 지상 건물 아래 미로처럼 숨겨져 있으며, 폭탄도 뚫기 힘든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보호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제트기 100대가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터널망과 관련된 목표물 15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하에 전 세계에서 면적 대비 가장 촘촘한 터널망을 구축해 놨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망의 총 길이가 약 500㎞라고 추정한다. 광대한 터널망이 한국의 세종시보다 작은 가자지구(총 면적 약 365㎢) 아래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파악한 터널망 지도를 보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 주변이 특히 촘촘하며 이는 남부 칸유니스까지 뻗어 있다.

하마스는 지난 수년 동안 지하 터널에 탄약과 무기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연료와 식량, 의약품도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레바논 관계자는 “3만5000~4만명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이 3~4개월 동안 전투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비축량”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또한 하마스가 휘발유와 디젤 약 21만~26만갤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시가전은 이스라엘군에도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 장비 수준으로 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크게 앞서나, 이런 이점이 지하 터널에서는 상당 부분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격 드론도 지하 터널에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이스라엘로서는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터널을 파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보유한 폭탄과 로켓도 하마스의 지하 터널 상대로는 ‘게임 체인저’가 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가 파놓은 지하 터널은 지상 구조물 아래를 지나도록 세심하게 배치돼 있다. 가자지구의 빽빽한 도시 구조가 지하 터널을 겹겹이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이 터널망을 파괴하겠다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시설을 마구잡이로 폭격하고 파괴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폭탄과 로켓은 일반적으로 첫번째 벽을 뚫고 나서는 두번째부터 파괴력이 줄어든다. 두꺼운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전용 폭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하 터널망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개당 수백만달러인 이 비싼 폭탄을 퍼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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