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2단계 진입” 사실상 지상전 개시
이란 “레드라인 넘어” 일촉즉발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이 가해졌다. 이미 8000명을 넘어선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는 하늘에서, 땅에서 퍼붓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포했다. 그는 “전시 내각은 지상 작전 확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싸울 것이고 지상과 지하의 적들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것은 두 번째 독립전쟁”이라며 “국가가 두 가능성에 직면하는 순간이 있다. 이제 그 시험을 마주했으며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선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사실상 지상전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앞선 며칠 동안 가자지구에서 ‘치고 빠졌던’ 소규모 지상 작전과는 다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기갑, 전투 공병, 보병 등으로 구성된 군대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치열한 전투 끝에 가자지구 북부 일부를 점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습 규모도 확대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 밤부터 28일에 걸쳐 가자지구에 최대 규모 폭격을 퍼부었다. 특히 제트기 100대를 동원해 하마스의 지하 터널 및 벙커와 관련된 목표물 450곳을 타격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전면전’ 내지 ‘침공’ 표현은 피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민간인 희생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보류를 제안해온 만큼 이를 공식 인정했을 때의 부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면적 지상전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계획에 따른 단계별 전쟁”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이, 가자 북부지역 일부 점령…장기전 포석
데이비드 로슈 미 국방대 교수는 “하마스의 주요 물류와 통신 시설을 파괴하고 하마스 측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가자지구에 소규모 침입을 시도해 전장을 형성하는 것이 이번 두 번째 단계”라며 “다음 단계에는 대규모 병력을 수반하는 보다 일반화된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수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북부와 인접한 레바논 국경지대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의 동양·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원인 로렐리 헤레라는 “이스라엘이 종국에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거나 그곳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함으로써 가자지구 인구 구성을 바꾸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역사가 재커리 포스터는 “외교적 협상만이 유일한 출구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측이 언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민간인이 5000명 이상 더 죽은 뒤에야 이뤄질 것인가”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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