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돈 안 뱉어내도 되네”…‘양치기 소년’ 된 정부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10. 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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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코로나 지원금
8000억원 환수 ‘백지화’
尹정부 정책기조 변경에
혼란∙모럴헤저드 심화 우려

◆ 당정, 민생 대책 ◆

지난 코로나 시기 손실보상금 신청 접수 현장에서 시민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57만 소상공인이 8000여억원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돌려줘야될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그동안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신음해왔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한 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환수방침에서 돌연 백지화로 선회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과 ‘정부 지원금은 버티면 된다’는 모럴헤저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29일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57만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청천병력과 같았던 재난지원금 환수가 백지화된 것은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한 자영업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고금리로 소상공인의 경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환수의무 면제가 가능하도록 ‘소상공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난지원금 환수 추진 여부를 놓고 정부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 기간에 지급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에 대한 초과지급액 환수 계획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른바 1·2차 재난지원금으로 불리는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은 특별피해업종엔 매출감소와 무관하게, 일반업종에게는 매출이 감소한 업체에 한해 최대 200만원을 지급했다. 매출 감소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에게는 매출 감소 확인 없이 자금을 지급했다. 추후 매출 증가가 확인될 경우 환수한다는 원칙으로 예산을 집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환수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이 장관은 “재난지원금 환수는 법률(보조금법)에 근거한 것으로 집행 안 할 권한이 없다. 국회에서 환수 관련 지적이 있었다”며 환수 추진을 시사했다. 하지만 9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후 10월 국감에 들어와서는 “재난지원금 환수 대상, 환수 금액 설정 등 마무리 단계”라며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다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초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세웠던 원칙을 수차례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9월 환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것은 보조금법 위반 소지 등을 살펴보고 있던 상황에서 나왔던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년 총선을 의식한 당정이 재난지원금 환수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재난지원금 환수라는 원칙을 정부가 스스로 뒤집은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앞으로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은 기준을 따지지 않고 일단 받아놓고 버티다 보면 뱉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청일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재도약과장은 “그동안 부정수급이나 오지급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서만 환수를 진행해왔을 뿐 매출 증가가 확인된 경우에 대한 환수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며 “이번 당정협의 결과에 따른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 조치로 인한 형평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지원요건을 확인하지 못하고 우선 지원한 재난지원금을 환수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정말 소상공인들을 위한 민생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면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서 통과되면 법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 관련해서는 당과 정책위원회, 중기부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며 “야당 일각에서 요구했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면제하는 법안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해서 평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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