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줄서서 추모하는 시민들… 슬픔 가시지 않은 서울광장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께.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다시 돌아오라 바람이여, 예약처럼 선물처럼 돌아와서 영원히."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유가족들끼리 연대하고 정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날 추모대회에선 다양한 음악 공연과 각 정당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며 많은 시민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 정치적 충돌이 발생해 혼란스러운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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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진 추모 행렬, 눈물 훔친 시민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 수는 점점 늘어나 오후 5시쯤에는 서울광장 전체를 메울 정도로 가득 찼다. 국화꽃을 든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으며 일부 시민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A씨(60대)는 "평소 촛불집회에 자주 참석하는데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왔다"며 "추모대회라도 참석하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이어 "전부 다 같은 국민인데 나만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같아서 나왔다"며 "나라가 너무 안 좋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함께 온 B씨(60대) 역시 "너무 안타깝다"며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했다. 분향소 앞에 모인 고령의 일부 시민들은 "일본은 아예 (압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았다더라"라고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3시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행진을 시작해 5시에 서울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기도하고 기억합니다' '조작, 날조, 뻔뻔'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었다. 이들이 모두 도착한 이후 본격적인 추모대회가 시작됐다.
본인을 '주영이 아빠'로 소개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안전이 무너졌다"며 추모대회의 첫 발언을 시작했다.━
정부 규탄한 야당 의원들…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
그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단지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 동안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며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제정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들과 유가족 곁에 없다"며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 마음과 책임지지 않는 태도 때문에 오송 지하차도, 해병대원 사망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유가족들이 더는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우리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이 사죄의 마음을 담아 앉아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진정 어린 사과부터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발언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이렇게 무능할 줄 몰랐다"며 "참사가 아니라 사고로,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바꾸라고 한 한덕수 총리가 아직도 국무총리일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혁신과 민심은 오늘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가족을 위해 마련된 자리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피해자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도 함께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이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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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싫어" vs "그럼 왜 왔어?"… 추모 도중 정치적 충돌도━
추모대회를 시작하기 전 시민들끼리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언성이 높아지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오후 3시30분쯤 한 시민이 혼잣말로 이재명 대표를 지적하자 곁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이재명 대표 싫어하는데 여기 왜 왔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시민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이름으로 설치된 부조화환에서 '윤재옥'이라고 적힌 명패를 뜯어 짓밟기도 했다.
몸싸움에 고성이 더 높아지자 경찰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했다. 애꿎은 부조화환만 뽑혀 바닥에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같은 공간에서 일부는 눈물을 흘리는데 일부는 특정 정치인들을 비방하며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정파와 관계없이 참사에 애도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다수가 기억할 때 추모는 힘이 커진다. 이태원참사가 정치적인 이슈로 희석되기보다는 확실한 재발 방지를 통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지연 기자 colorco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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