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년…서울광장 채운 추모 물결 "기억하겠습니다"
생존자 "희생자들은 운 나빠서 죽어야 했나"
"특별법이 중요 과제…진상 규명 위해 최선"
세월호 참사, 日 아카시 참사 유족도 함께해
헌화와 희생자 이름 호명으로 추모 마무리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하늘의 별이 된 159명의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광장 가득 채운 추모객…"특별법, 가장 중요한 과제"
추모대회는 묵념 후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의 여는 말로 시작됐다. 이 위원장은 "이제 우리에겐 특별법만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안이자, 국민들의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법안"이라고 했다.
추도사를 발표한 공동대표단 5인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희생자 명예 회복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과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안전사회 건설을 다짐했다.
대회 중간 가수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추모 영상이 재생됐다.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이번에는 결코 놓지 않을게, 아득히 멀어진 그날의 두 손을'이란 가사가 나오자 참석자 일부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숨진 아들 겉옷 걸친 어머니…동생 잃고 달리는 누나
이날 추모대회에선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고(故)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는 검은색 가죽 재킷과 베이지색 야구모자를 쓰고, 아들 의진씨의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무대에 등장했다. 걸친 옷에 대해 임씨는 "의진이가 1년 전 이태원 핼러윈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갔던 그때 입었던 옷"이라며 "아들을 그렇게 느끼고 싶어, 오늘 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임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너의 행복과 사랑을 지켜줄 거라고 자신했던 엄마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엄마는 묻고 싶구나.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안전합니까"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기가 막히게도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히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힌다거나, 책임을 진다거나,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너희들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을 희생의 진실은 우리 엄마, 아빠와 별가족들이 반드시 규명할게"라고 다짐했다.
고 안민형씨의 누나도 "네가 얼마나 살고 싶었을지 떠올리며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애썼다"며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마다 너는 그 골목에서 이 숨 한번을 얼마나 내쉬고 싶었을까 생각하며 달릴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고백했다.
안씨는 동생을 향해 "고통과 절망, 후회 같은 감정은 내가 다 안고 살아갈 테니 그곳에서는 부모님 걱정도 하지 말고, 아름다운 곳들만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라"고 전했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저는 작년 오늘 이태원 한 클럽 바닥에 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운이 좋다고 한다. 그럼 (희생자) 159명은 운이 나빠서 죽어야 했나. 공공안전의 유무가 왜 운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日 참사 유족도 연대…"하늘에서 지켜보는 별들"
4·16 세월호 참사와 일본 아카시시(市) 육교 압사 사고 유가족 등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탰다.
아카시시 참사 유족 시모무라 세이지(下村誠治)씨는 유가협의 보라색 점퍼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저희가 겪었던 사고와 너무도 유사한 부분이 많았고 너무나 젊은 분들이, 너무나 어린 분들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여러분 곁엔 저희 세월호 엄마아빠들이 있다"며 "지금 가는 길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별들 생각하며 함께 힘내자"고 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서울시청 광장 옆에 자리한 분향소에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기억하겠습니다"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분향소 앞에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헌화하려는 추모객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尹, 추도 예배로…與 인요한 왔지만 거센 항의에 곤욕
한편 유가족의 요청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해당 대회가 민주당 등 야4당이 주도하는 '정치 집회'로 보인다는 이유로 불참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유가협이 재차 "시민추모대회는 정치의 공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으나, 별다른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에 참석했지만, 현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와 고성에 시달려야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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