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도 못 막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물결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 국힘 인사들, 추모대회서 욕설·야유 받기도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된 29일 서울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는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7000명)의 시민이 참석, 추모 열기를 보여줬다.
◇참사 현장·서울광장 추모 인파 물결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시민추모대회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다. 가족을 잃은 슬픈 마음과 고통의 순간을 위로받으면서 1년 전 악몽 같은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우리 아이를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 집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광장 시민추모대회가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하는 정치 집회 성격이 짙다고 보고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함께여서 고마웠다, 사랑한다, 잘 가거라’ 말 한 마디 못하고 차가운 시신만 마주해야 했던 이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유족과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 방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참사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시민추모대회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외국인 참사 희생자의 외교사절, 일본 불꽃축제 참사 희생자의 유족도 참석해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외국인 중 가장 많은 5명의 희생자가 나온 이란의 사이드 쿠제치 대사와 올가 아파나시에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영사도 참석했다.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미사가,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에서는 4대 종단 기도회가 열렸다.
명동성당 추모미사에서 유경촌 주교는 “유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면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그만 슬퍼해도 될 만큼 관계 당국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가족들의 손을 함께 잡아준다면 유가족들이 슬픔을 안고서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추모대회의 사전 행사로 오후 2시부터 열린 이태원 추모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각 종단 인사들이 나와 10여분씩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기도회가 끝난 뒤 유족과 참석자들은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시청역 광장까지 약 6.3㎞를 행진했다. 경찰은 도로 사정에 따라 1∼4개 차로를 통제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종일 이어졌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입구 ‘추모의 벽’ 앞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음료, 과자들이 수북이 쌓였다.
◇윤 대통령 추도예배 참석…서울광장 간 인요한 위원장은 야유·욕설 세례받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모대회 대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김경진·박소연·이소희 혁신위원 등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인 위원장 외에도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김병민 최고위원, 권영세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허은아 의원,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추모대회 분위기는 국민의힘 측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행사장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깃발이 나부끼기도 했다.
오후 6시25분쯤 인 위원장이 행사장을 떠날 때에는 일부 참석자들이 인 위원장을 향해 “사과하라” “꺼져라” 등 거친 욕설과 고성을 쏟아냈다. 인 위원장은 퇴장 도중 국민의힘을 비난하던 한 남성에게 떠밀려 잠시 휘청이기도 했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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