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우려는 그들"‥추모공간 찾아 헤맨 유족들의 1년
[뉴스데스크]
◀ 기자 ▶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은, 이렇게 추모객들에게 활짝 열린 '기억과 안전의 길'이 됐지만 이마저도 '임시' 공간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제대로 쉴 곳조차 찾지 못했던 지난 1년을 구나연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 리포트 ▶
충격으로 밤을 꼬박 지샌 참사 이튿날.
정부는 서울광장과 녹사평역 앞에 신속히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단상엔, 영정도 위패도 없었습니다.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적혔습니다.
'국가 애도 기간'이 전격 선포됐지만, 분향소를 찾은 책임자들은 '애도'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박희영/서울 용산구청장 (지난해 10월 31일)]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그런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광장 분향소)]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나처럼 졸지에 가족을 잃은 이웃들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까.
그러나 정부는 연락처 하나 쉽사리 내주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오열하던 유족들은 분통함에 눈물이 말랐고, 변호사 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참사 25일 만이었습니다.
[고 이민아 씨 아버지]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무 지원 없이 무슨 비밀 공작하듯이 말입니다.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유족들이 스스로 차린 분향소엔 영정과 위패가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보수단체들의 현수막이 주위를 에워쌌습니다.
고성능 확성기까지 등장해 눈과 귀를 괴롭혔습니다.
"분향소를 철거하라! 철거하라!"
무방비 상태의 '2차 가해'는 국가의 보호 대상이 아니었고, 총리는 '도둑 조문'을 다녀갔단 빈축을 샀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지난해 12월 19일, 녹사평 시민분향소)] "<대통령의 사과를 가져오십시오! 돌아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서울광장으로 옮겨진 '시민분향소'.
'불법 시설'로 찍혀, 변상금이 부과됐고 곧 강제 철거될 위기입니다.
[이정민/유족협의회 대표 (4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여지는 광장이나 이런 곳이 아닌 보이지 않는 건물로 들어가서 잊히길 바란다…"
계절이 한 바퀴 돌고서야 이름이 내걸린 추모공간.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54일간 지켜 얻어냈습니다.
[이정민/유족협의회 대표] "지워져가는 기억들을 다시 되살리면서 또 우리가 이런 참사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그 생각이 결국은 다음에 또 이런 비극적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기억을 해야 된다고…"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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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남은주
구나연 기자(kun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823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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