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오겠다며 왜 안 와"‥아들 제삿상 앞에 오열한 엄마
[뉴스데스크]
◀ 기자 ▶
영문도 모른 채 유족이 됐고, 그렇게 꼭 1년을 보낸 분들은 오늘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의 제삿상까지 차리게 된 엄마는 또 눈물을 쏟아야 했습니다.
어느 유족의 하루를 제은효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 리포트 ▶
지금도 아들의 방문은 닫혀 있습니다.
주인 없는 방의 적막감이 무서워 못 열어봤다고 합니다.
다시 차가워진 밤 공기만으로도 그날의 공포가 밀려듭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새벽에 아이 찾아다녔던 그 느낌이… 나도 모르게 그게 어젯밤에 떠오르더라고."
밤새 잠을 못 이룬 채 뒤척이다 10월29일 아침을 맞았습니다.
남훈 씨가 잠들어있는 수목장지.
아들 친구들이 옆을 지켜줬습니다.
"사진들이 많이 바랬구나 이제."
아들의 묘비에 엄마는 물을 붓고 어루만지듯 깨끗이 닦습니다.
어린 남훈이를 씻겼던 그 마음입니다.
먼저 간 자식 앞에 차려진 제삿상.
명복을 빌다가 결국 울음이 터져나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친구 만나고 오고… 금방 오겠다고 가 놓고. 1년이나 돼 가는데 왜 안 와. 엄마 항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고 편하게 잘 있어."
장지를 떠나 서울을 향합니다.
같은 처지의 유족들이 차창 밖으로 떠오릅니다.
함께 싸우며 위로했던 버팀목이었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1년을 길 위에서 물었다? 그래도 대답해줄 놈들은 하나도 없더라… 노숙 농성도 해보고 삼보일배, 걷기, 국회에 가서 싸우기도 하고…"
이태원에 도착했습니다.
그새 어떻게 바뀌었을까.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지고 손을 어디에 둘지 모릅니다.
차마 와볼 수 없었던 그 골목을 1년 만에 다시 마주했습니다.
말문이 막히기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너무 좁아 보이고 너무 작아 보여. 어떻게 이 골목에 그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 가네…"
아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 엄마는 꽃 한 송이 건네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무의미한 희생이 되지 않도록 더 힘을 내겠다고 다짐합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아프고 힘든 골목인데, 앞으로는 이 사회에 대해서 정부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그런 골목이 됐으면 좋겠는 거죠."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촬영: 정연철 / 영상편집: 이혜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촬영: 정연철 / 영상편집: 이혜지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8227_36199.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분향소 찾는 발걸음 이어져
- 윤 대통령,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 "깊은 위로"
- 여전한 물음표, 참사는 왜 일어났나?‥수사기록 속 무책임한 변명들 [서초동M본부]
- 이란, 이스라엘 '두 번째 단계' 선언에 "레드라인 넘었다" 맞불
- "러시아 ICBM 클라스" 푸틴의 과시‥'핵실험 금지' 털고 서방 정조준?
- [스트레이트 예고] 윤 대통령은 왜 이념 투사가 됐나? 한국자유회의와 뉴라이트
- "듣보잡 권력 앞잡이" 지도부 맹폭 홍준표 "사면 주접에 성질 폭발"
- 실수라더니 양평 고속도로 '자료 삭제' 실토한 국토부
- "잠깐 하품하다‥경찰차 박았어요" '후방 충돌' 책임은 누구?
- 경찰, 이선균 휴대전화 통화내역 확인 중‥소변·모발 정밀감정 의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