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인세 낮췄더니 대기업 몰려”…파산위기 벗어난 ‘이 나라’ 비결
높은 교육수준·브렉시트 반사효과까지
2013년 IMF구제금융 3년만에 졸업하고
‘소규모 개방경제’서 ‘현대 개방경제’로
경제 체질 전환 중심엔 글로벌 기업 유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로 키워
◆ 韓∙아일랜드 수교 40주년 ◆
당시 24%이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과감히 낮춘 덕분에 메타·에어비앤비·엑스(옛 트위터) 등 신규 글로벌 IT 공룡들이 앞다퉈 더블린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아일랜드 경제가 부활한 것이다.
최근엔 코로나19 부담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혼자 웃고 있다. 법인세수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재정흑자가 80억유로에 달해 2006년 이래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유럽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난민사태·브렉시트·코로나19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물가위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일랜드만은 외풍에도 끄떡없이 견디고 있는 셈이다.
오는 2일 한국을 찾는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원래 아일랜드의 국민성이 강한 회복력”이라며 “특히 우리 경제모델이 잘 정립되고 성공적인 친기업정책(pro-enterprise policy)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기업정책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규제, 조세 환경, 건전 재정관리,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인프라 및 기술에 대한 상당한 투자 등을 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낮은 법인세 때문만은 아니라며 “기업들은 아일랜드 노동력에 끌려한다. 이들은 젊고, 교육수준도 높고, 고도로 숙련된 스킬에 다국어까지 구사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대학·대학원이상 유학생들에게 2년간 워크퍼밋(외국인 취업허가)를 허용하고 있어 글로벌 IT기업으로 취업하는 외국인들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가령 지난 1980년 일찌감치 아일랜드에 진출한 애플은 현재 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100여개 각기 다른 나라에서 모여든 인재들이다. 아일랜드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들은 고학력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다보니 자연스레 노동 인구도 젊어졌다.
아일랜드는 또 유럽 내에서도 학력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EU통계청에 따르면 15세~64세 인구 중 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이수한 비중(2022년 기준)은 유로 지역 평균이 31%인데 반해 아일랜드는 45.8%나 된다. 아일랜드보다 고등교육 이수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46%) 하나 뿐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반사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바라드카 총리는 “아일랜드가 EU 내 유일한 영어 사용국이 됐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EU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아일랜드를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에 진출한 회사들이 강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일관성 있는 비즈니스 환경, 비용 경쟁력, 안정적인 법체계 등도 외국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그러나 내년부터는 경제협력기구(OECD)와 합의에 따라 법인세율이 15%로 오른다. 글로벌 IT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현상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추가로 더 내야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을 줄이면서 법인세 인상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바라드카 총리는 그러나 “아일랜드의 조세정책은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EU와 OCED 차원에서 만든 조세 프레임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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