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핼러윈 인파 북새통…한쪽선 이태원 추모 물결도
- 젊은이 화려한 코스프레로 시선
- 유명 클럽은 입장 전 대기줄도
- 부산 시민단체 묵념·헌화 진행
- 4대 종단, 서울 현장서 넋 위로
- 애도 표하는 시민 발길 이어져
지난 28일 밤 10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 화려한 유럽식 복장에 기계 팔을 단 남성이 커다란 모형 칼을 쥐고 포즈를 취했다. 행인들이 휴대전화를 꺼내자 남성은 여러 자세를 취하며 사진 세례를 즐겼다. 잠시 뒤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한 시민이 나타나 또 한번 시선을 받았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검정색으로 빼 입은 마술사 커플, 등에 날개를 단 천사 등이 일대를 거닐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이날 서면은 핼러윈의 주말 밤을 불태우러 나선 젊은이로 북적였다. 젊음의거리에 들어선 클럽들은 입장을 대기하는 손님으로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졌다. 대로에는 ‘핼러윈 복장으로 입장시 전체 술값 50% 할인’을 내세운 주점 입간판도 눈에 띄었다. 시민 김모(19·북구 화명동) 씨는 “서면에서 이런저런 핼러윈 파티가 열린다고 해서 놀러 왔다. 신기한 옷을 입은 사람이 많아 구경도 되고, 평소 주말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에도 모처럼 인파가 쏟아졌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 자리한 유명 클럽에서는 핼러윈 파티가 열렸다.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찾아온 청년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중심 번화가인 구남로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구남로에는 국화 축제와 청년 축제도 동시에 진행돼 가족 단위 일행도 적지 않았다.
때 아닌 ‘가짜뉴스’에 곤혹스러운 일도 빚어졌다. 온라인 등에서 해운대구가 핼러윈 퍼레이드를 진행한다는 잘못된 소식이 알려져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해운대구는 청사 입구에 ‘핼러윈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고 써 붙이는 등 오해를 막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인파 주변에는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주말 저녁 안전 관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서면 젊음의거리와 해운대 구남로, 광인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기동대 5개 부대를 동원했고, 다행히 별다른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다른 공간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6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청 앞에 모여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헌화했다. 행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해 그룹 ‘부활’의 곡 ‘네버 엔딩 스토리’를 합창해 영상으로 전달하는 등 가족을 잃은 비통함을 공감하고 위로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참사 1주기 추모의 뜻을 담아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가수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함께 불렀다. 같은 날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금정구지역위원회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꾸리기도 했다.
참사 당일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는 희생자를을 추모하려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입구 ‘추모의 벽’ 앞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음료, 과자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10·29’라는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들도 바람에 나부꼈다. 해밀톤호텔 전광판에는 ‘10·29 핼러윈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는 문구가 흘렀다.
오후 2시부터는 4대 종단 기도회로 추모대회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유족 100여 명을 포함해 500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각 종단 인사들이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유연주(카타리나) 씨의 아버지 유형우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참사가, 저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며 “진상 규명 및 희생자 영혼의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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