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추도식 빠진 대통령·김기현·이상민의 독단과 협량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태원역 기도회가 열리고, 용산 대통령실 앞·삼각지역·시청역 행진을 거쳐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존재 이유를 거듭 물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다. 유가족들이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렸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재난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불참했다. 참사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없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무엇 하나 달라진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했다. 김 대표와 이 장관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추도사를 했다.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 집회’라는 이유를 내걸어 시민추모대회 참석을 거부하고 예배로 대신한 것인데, 온당치 않은 일이다. 진정으로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겠다면 추모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옳았다. 대통령이 참석하면 정치 집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행사이고, 야당도 공동주최에서 이미 빠진 터였다. 그런데도 이를 뿌리치고 예배로 향한 것은 허심탄회하게 유가족과 시민들을 만나길 회피하고, 홀로 메시지만 내겠다는 협량한 처사다.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직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소통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었나.
이상민 장관은 전날 ‘현장 점검’ 일정으로 이태원 골목의 추모 공간을 잠시 방문해 헌화·묵념했다. 유가족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사과하지 않았고, “한번 포가 떨어진 곳은 다시 안 떨어진다”며 “여기는 많이 조심할 것 같으니 다른 지역도 사전에 잘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 실언으로 역시나 달라지지 않은 언행을 보였다.
정부·여당은 유가족이 빠진 자리에서 ‘그들만의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은 추도 예배에 나갔고, 한덕수 국무총리·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묵념했다. 여당 지도부는 30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는 국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담한 비극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사과도 없이 애도와 재발방지 노력을 운운하는 것은 진정한 추모가 아니다. 정부는 유가족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방지책을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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