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체크리스트만 200여개… "ESG 감사도 결국 데이터 싸움서 승부"

최상현 2023. 10. 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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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 선정 우수 ESG경영 中企 '한울생약' (9)
15개국 글로벌유통사에 제품수출
매년 5~6개사에서 ESG 감사받아
공간별 창문·비상탈출구 등 체크
ESG, 선진국 수출 '드레스코드'
조건만 맞추면 황금알 낳는 거위
엄격한 기준 준수 코스트코 납품
한종우 한울생약 대표이사. [한울생약 제공]
한울생약 선유캠퍼스 전경. [한울생약 제공]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한울생약 선유캠퍼스를 찾았다. 캠퍼스에 처음 들어서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진입로부터 깔린 색색의 도료였다. 한울생약 관계자는 파란색은 사람이 가는 길이고, 빨간색은 지게차가 이동하는 경로라고 했다. 이어 사무실 건물에 들어서니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갈아신어야 했다. "직원들이 먼지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노력들, 이런 사소한 비정형 데이터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회사의 ESG 경영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데이터 관리가 ESG 경영 핵심"

한울생약은 물티슈와 화장품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한 중소기업 ESG 경영 관련 가장 우수한 회사로 꼽혔다. 400여개 회사 중 1위였다. 이처럼 뛰어난 ESG 경영 역량의 비결로 한종우(사진) 한울생약 대표이사는 '데이터'를 꼽았다.

한울생약은 인사총무부터 △재무회계 △원자재 구매 △부자재 구매 △원료 구매 △보안 △환경&안전보건 △품질 보람 △처방운용 △생산관리 △물류 △공정관리 등 12개 핵심 포인트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세부 항목 하나하나마다 DRI(Direct Responsible Individual)를 지정하고 목표를 설정해 책임을 맡긴다. 예컨대 공정관리에서는 전체 종합 가동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지표로 설비별 목표 가동률을 배정한다. 설비별 책임자는 1년 동안 목표 가동률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정 효율성을 향상하고, 탄소 배출량 등을 절감한다'는 ESG의 큰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 "ESG 감사도 결국 데이터 싸움...오답노트 풀듯이 접근해야"

한 대표는 회사 내부적으로 ESG 경영에서 데이터를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ESG 감사(Audit) 과정에서도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울생약은 10곳 정도의 글로벌 유통사를 통해 제품을 15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매년 5~6개사로부터 ESG 관련 감사를 받고 있다.

"처음 ESG 경영을 도입할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감사 과정에서 어떤 것을 확인할지도 잘 몰랐다보니, 기대했던 만큼의 지표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매 감사마다 '서기'를 지정하고, 어떤 부분을 따져묻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금 한울생약이 관리하고 있는 'ESG 체크리스트'는 200개가 넘는다. 앞서 언급한 ESG 데이터도 이런 체크리스트에서 도출된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막연하게 '도덕적으로 경영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안일하다고 본다. ESG 감사에서 원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것이 진짜 ESG 경영"이라고 귀띔했다. 예컨대 ESG 감사에서는 '각 공간에 창문이 있는가'를 확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상시 이용할 수 있는 탈출구가 있는지 여부가 직원의 안전한 근로환경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혀 데이터를 수집해 나가야만 대처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 설명이다.

◇ "ESG 경영은 中企 수출 위한 '드레스코드'…실리로 접근해야"

한 대표는 "ESG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을 위한 '드레스코드'"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 등 열악한 근로·환경조건에서 싼값에 생산되는 제품이 무분별하게 수입돼, 자국 등의 제품이 도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출 장벽'이라는 것이다.

"장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선진국이 요구하는 드레스코드를 갖춘다면,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다."

한울생약은 ESG 경영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한울생약이 물티슈 등 제품을 생산하면서 ESG 기준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점이 글로벌 유통체인 코스트코로 수출을 성사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 대표는 "코스트코는 1·2등 회사 제품만 엄선해서 판매하는 유통사이기 때문에 아주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중소기업 대표님들도 ESG가 '돈 나갈 구멍'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려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이고, 앞으로 그 문턱은 더 높아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넷 행복한 경영대학이 중소기업 CEO 1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회사는 ESG를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나'는 질문에 대한 평균 점수는 5점 만점 중 2.7점에 그쳤다. ESG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4.4%나 됐고, 1점과 2점도 36.7%에 달했다.

'ESG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복수응답)'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회적 책임감'이 85.6%,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가 45.6%였다. '기업 평가에 반영(34.4%)'이나 '고객 ESG 요청(17.8%)' 등 실리적인 이유는 3·4위에 그쳤다.한 대표는 ESG 데이터 경영을 도입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인들에 "CEO가 먼저 나서 열심히 공부하고, 지금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SG 감사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회사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변혁해야 하는 사안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CEO의 적극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파주=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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