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힘들 때 은행은 ‘실적 잔치’…3분기까지 25조 쓸어담아
4대 은행 올 3분기까지 이자익만 ‘25조원’
◆ 은행 횡재세 윤곽 ◆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 간 경쟁 촉진을 장려하고, 막대한 규모의 충당금 설정을 지시하며 은행권의 이익 추구 현상 근절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올 3분기 국내 주요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부동산 재건축 시장에서 부과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비슷한 부담금이 은행권에 부과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확장 재정 정책이 어려운 정부가 은행업의 공공성을 감안해 은행권 초과이익을 재원삼아 서민금융 등 사회적 약자 지원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은행 모기업인 금융지주가 상장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본시장 내에서는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 이자이익은 고객에 대한 대출 등 이자 자산을 운용한 수익에서 고객 예금 등 이자를 지불한 비용을 빼서 나오는 숫자다. 예금 보다 높은 대출 금리를 통해 얻어진 수익이라는 뜻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커진다. 하지만 국내 은행 이자수익자산은 2020년 2521조3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3120조2000억원으로 2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자수익사자산 성장세보다 이자이익 성장세가 훨씬 더 큰 셈이다.
이같은 국내 은행 이자이익 급증에는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상승세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NIM은 지난 2020년 1.42%에서 2022년 1.62%로 확대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68%를 기록했다. NIM은 은행의 이자자산운용 수익률에서 이자 지불 비용을 뺀 숫자다. NIM이 높을 수록 고객에게 많은 대출 이자를 받고, 적은 예금 이자를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같은 국내 은행 이자이익 확대는 올 3분기에도 이어졌다. 국내 4대(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 3분기 이자이익은 총 25조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조7757억원 대비 5.9%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권 ‘초과 이익’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는 추후 은행권이 ‘초과 손실’을 볼 경우 이를 환급해줘야 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공익사업 비용을 부담시키는 ‘부담금’ 방식의 ‘횡재세’ 부과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담금 부과는 현재 부담금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장관 직속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부담금 신설 변경 폐지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며 기재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아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 부담금 소관 중앙행정기관 고위공무원단과 10명 이내 민간 위원과 함께 안건을 심의한다. 현재 금융사와 관련된 부담금은 공적상환기금 출연금, 기술보증기금 출연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외환건전성 부담금,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이 있다.
금융사 부담금은 주로 공적 보증이 필요한 영세 중소기업, 급전이 필요한 서민금융 등을 위해 부과되고 있다. 은행권에 이같은 부담금 추가 부담을 통해 사회 약자를 위한 사회 공헌을 독려하겠다는 포석이 배경에 깔려 있다.
국회 입법을 통해 은행의 ‘초과이익’에 대한 서금원 출연금 추가 출연을 강제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횡재세 관련 공식 발언이 나오며 향후 횡재세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을 예고했었다. 이날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럽 각국의 은행 초과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있다”며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으니 대안으로 유럽연합이 도입하고 있는 연대기여금 같은 방안을 우리나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연대기여금(levy)은 우리나라의 부담금 제도와 유사한 제도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로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고민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해왔는데 나라마다 정책 내용이 다른 것은 다 장단점이 있고 그 나라 특유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의 생각은 어려운 분들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우니나라의 특성에 맞게끔 하겠다”며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이익과 관련한 국민 고통 지적을 인지하고 있어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각국의 여러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그것은 정부 내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을 못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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