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일 만에 우승컵 박현경 결국 해냈다
시즌 첫승이자 통산 4승째
2차 연장서 이소영 따돌려
"할 수 있다 자신감 되찾아"
910일. 박현경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4번째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무려 2년6개월1일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은 박현경은 캐디로 함께한 아버지 박세수 씨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박현경은 29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8언더파 280타를 적어낸 박현경은 동타를 기록한 이소영을 2차 연장에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받은 그는 K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올렸다.
이번 우승이 특별한 이유는 박현경이 2021년 5월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이후 준우승만 9번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현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결과 이번 대회에서 값진 결실을 맺었다.
공동 선두로 이날 경기를 나선 박현경은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박현경은 침착했다. 10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그는 14번홀과 16번홀에서 1타씩 줄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는 박현경의 두 번째 샷이 핀을 크게 넘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박현경에게 보기란 없었다. 그가 날카로운 퍼트로 파를 잡아내면서 2차 연장으로 승부가 이어졌다.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는 박현경이 찍었다. 파를 잡아낸 박현경은 더블 보기에 그친 이소영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박현경은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덕분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 이번 우승은 정말 특별하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올 시즌 마무리도 멋지게 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1년 5월 이후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며 준우승을 9번이나 차지했던 박현경을 다시 일어서게 한 원동력은 마음가짐의 변화다.
박현경은 "'너의 시간이 올 거다' '다 잘될 거다' 등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이번 우승이 찾아왔다"며 "9번의 준우승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단단해진 것 같다. 우승하고 나니 지난 910일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하반기부터 캐디로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박세수 씨는 프로골퍼 출신으로 이번에 박현경이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박현경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게 아버지"라며 "아버지와 다시 한 번 우승을 합작하게 돼 행복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홀수 해 무승 징크스를 깰 기회를 잡았던 이소영은 2차 연장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5언더파 283타를 친 황정미가 단독 3위에 자리했고 방신실과 임진희 등이 4언더파 284타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60위로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이채은도 공동 4위를 차지하며 한숨을 돌렸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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