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산서 우승 엄재웅 "LIV골프 도전"
손목 부상으로 2년간 병가
亞투어서 감 잡고 복귀해
상금 2억·보너스 2억 '잭팟'
"다음달 LIV 퀄리파잉 출전"
첫날 10타 줄인 박상현 2위
1억원 받아 상금랭킹 선두로
"지금 아시안투어 오더오브메리트 랭킹 13위다. 다음달 열리는 'LIV골프 프로모션 대회'에 출전 자격이 있어 도전해볼 생각이다."
2021년 손목 인대 파열로 2년이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쉬어야 했던 엄재웅이 복귀 후 세 번째 대회인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5년1개월 만에 통산 2승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단 세 명을 뽑는 LIV골프 프로모션 대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9일 부산 기장에 위치한 아시아드CC 파인·레이크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 전날 6타를 줄이며 박상현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찬 엄재웅은 이날 1타를 잃었지만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카스형' 박상현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부산이 고향인 엄재웅은 "2승을 하기 위해 정말 오래 기다리고 노력했는데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올해 코리안투어 시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 아시안투어에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우승해서 향후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야말로 '매치플레이' 같은 결승전이었다. 단 1타 차이로 박상현이 추격전을 펼쳤기 때문.
승부는 16번홀(파3)에서 갈렸다. 먼저 친 엄재웅의 티샷이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물 쪽으로 흘러내렸다. 간신히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파는 쉽지 않은 상황. 앞서 14번홀 보기로 1타 뒤지게 된 박상현은 공격적으로 핀을 노렸다. 하지만 티샷은 1m가량 짧아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 홀에서 엄재웅은 보기, 박상현은 더블보기를 범하며 둘의 차이가 2타 차로 벌어졌고 더 이상의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2018년 9월 열린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무려 5년1개월 만에 다시 맛본 우승. 특히 이 대회는 우승상금 2억원과 함께 우승자에게 현금 2억원을 부상으로 주기로 했다. 엄재웅은 '4억원 잭팟'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엄재웅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엄재웅은 2021년 7월 손목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아 병가를 내고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KPGA 규정에 따라 지난 7월 복귀했지만 남은 대회가 몇 개 되지 않아 상금랭킹이나 대상 순위에서도 시드를 지켜낼 자격이 되지 않았다.
간절하게 우승을 원하던 상황. 꿈은 현실이 됐다. 엄재웅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베테랑'의 추격을 따돌리고 코리안투어 2년 시드를 확보하며 양손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물론 '운'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코리안투어에 출전하지 못했던 엄재웅은 아시안투어로 시드를 따낸 뒤 뉴질랜드 오픈 2위에 이어 가장 최근 열린 인터내셔널시리즈 싱가포르 오픈 2위, 마카오 오픈 공동 9위 등 샷 감각을 매섭게 끌어올렸다. 그 덕분에 아시안투어 오더오브메리트 13위로 LIV골프 예선전인 '프로모션 대회' 출전 자격을 갖췄다. 세 명의 멤버를 뽑는 LIV골프 프로모션 대회는 오는 12월 8~1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18홀-18홀-36홀로 이어지는 3단계 대회를 거쳐 최종 상위 3명이 LIV골프 멤버로 합류한다.
엄재웅은 "이 대회 우승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다른 대회 일정은 취소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일주일간 휴식을 취해 체력을 끌어올리고 아시안투어 홍콩 오픈에 이어 LIV골프 프로모션 대회에 도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통산 13승을 노렸던 박상현은 아쉽게 2위로 끝냈다. 박상현은 대회 첫날 '생애 최저타'인 10언더파 71타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이후 사흘간 단 1타밖에 줄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상금 1억원을 받아 시즌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고 대상 순위도 4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이태희, 함정우, 신상훈이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고 강경남, 이태훈, 김찬우는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기장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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