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꽤 굵은 획을 그렸다… SSG 마운드 세대교체, 두 신인이 쏘아올린 희망

김태우 기자 2023. 10. 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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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찬 투구를 앞세워 데뷔 시즌 1군 완주에 성공한 이로운 ⓒ곽혜미 기자
▲ 1군에서 통할 만한 공의 움직임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은 송영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 투수들은 올해 정규시즌 전체에서 1288⅓이닝을 던졌다. 리그 평균(4.14)보다 못한 4.37의 팀 평균자책점도 문제였고, 한편으로는 20대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타 팀에 비해 현격하게 낮다는 것도 문제였다. 굳이 따지면 현재도 못 잡았고, 미래를 위한 데이터도 많이 남기지는 못했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이닝은 총 1027이닝이었다. 이중 20대 선수들, 즉 1994년 이후 출생 선수들의 투구 이닝은 전체 417이닝이었다. 전체 비중의 40.6%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417이닝 중 상당 부분인 35% 정도가 오원석(144⅔이닝) 하나에 몰려 있기도 했다. 오원석은 올해 등장한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SSG 마운드의 세대 교체가 쉽지 않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래도 위안은 있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지명을 받은 뒤 나란히 시즌 초반부터 모습을 드러낸 이로운(19)과 송영진(19)이다. 이로운은 1라운드, 송영진은 2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중간에 부침은 있었으나 2월 플로리다 캠프부터 10월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상당 시간을 1군과 함께 했다. 그 와중에 이로운은 57⅔이닝, 송영진은 47⅓이닝이라는 고졸 신인치고는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다.

캠프 때부터 기대는 컸다. 2월 스프링캠프에 신인 선수들을 잘 데려가지 않은 틀을 수정한 SSG는 이로운과 송영진을 김원형 감독 앞에 선보였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의 기대 이상 투구를 선보였고,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테스트를 모두 버텨내며 당당하게 개막전 전력에 이름을 올렸다. 송영진은 대체 선발 자원까지 올라갔고, 이로운은 시즌 막판 필승조 비슷하게 활용하는 등 잊지 못할 데뷔 시즌을 보냈다.

객관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게 길거나 빼어난 획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대체 선발로 깜짝 활약을 하다 체력이 떨어져 2군에서 오랜 기간 고생해야 했던 송영진은 시즌 17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70을 기록했다. 초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시즌 마지막에 돌아와 힘을 보태기는 했지만 복잡한 팀 성적 사정 속에 활용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운은 시즌 중 딱 열흘만 2군에 있을 정도로 1군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받으며 50경기에서 57⅔이닝이라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 6승1패5홀드라는 기본 성적도 훌륭했다. 막판까지 버틴 체력도 괄목할 만했다. 다만 평균자책점은 5.62에 머물렀다.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 차이가 있었고,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치고는 높은 피안타율(.289)을 기록했다. 재료는 좋았는데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감이 있었다.

▲ 강속구를 던지는 이로운은 강약 조절만 장착되면 미래의 마무리감으로 불린다 ⓒSSG랜더스
▲ 송영진은 체력과 운영 능력을 보완하면 풀타임 선발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 연합뉴스

하지만 짧거나 빼어나지는 않아도 꽤 굵은 획이었다. 송영진은 5월 13일까지만 세 번의 선발승을 거뒀다. 고졸 신인 선수가 첫 선발 등판에서 선발승을 따낸 건 와이번스-랜더스 프랜차이즈에서 2000년 이승호 현 SSG 투수코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140㎞대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고, 자연적으로 싱커성 혹은 커터성 움직임이 가미되며 많은 현장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체력과 경기 운영 요령만 더 터득하면 충분이 좋은 선발 투수로 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자하다.

이로운의 투구 이닝도 구단 역사에 길이 남았다. 와이번스-랜더스 프랜차이즈에서 고졸 신인이 첫 시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이승호(2000년), 윤길현(2002년), 송은범(2003년), 김광현(2007년)에 이어 5번째다. 그런데 앞선 선배 네 명은 모두 세 번 이상 선발 등판했다. 선발 등판 한 번 없이 50이닝을 넘긴 루키는 이로운이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시즌 막판에도 150㎞ 이상의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최선을 다했다. 강약 조절만 더 이뤄질 수 있다면 장래의 마무리감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두 선수는 11월 1일부터 진행될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내년을 준비한다. 캠프 합류 자체가 두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상징한다. 김원형 감독부터가 두 선수의 미래를 즐겁게 이야기하는 지도자다. 투수를 보는 눈이 꽤 까다로운 김 감독의 마음을 샀다는 것 자체가 고졸 신인으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올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내년에 그 비중을 더 확장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SSG 마운드의 세대교체다. 두 선수의 캠프에 기대가 몰리는 이유다.

▲SSG 랜더스 신인 투수 이로운(왼쪽)과 송영진. ⓒ인천,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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