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 자르고 준우승 9번 고리 끊은 박현경 "이를 악물었죠"

권훈 2023. 10. 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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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을 잘라내면서 근심과 걱정도 함께 버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박현경은 지난 1일 대보하우스디 오픈이 끝난 뒤 긴 머리칼을 썩둑 잘랐다.

"지난 9월에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근심과 걱정을 자른 머리칼과 함께 버렸다"는 박현경은 "머리칼을 자른 뒤에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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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 눈물 흘리는 박현경.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머리칼을 잘라내면서 근심과 걱정도 함께 버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박현경은 지난 1일 대보하우스디 오픈이 끝난 뒤 긴 머리칼을 썩둑 잘랐다.

단발머리 스타일로 바꾼 박현경은 4개 대회만인 29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박현경은 지난 2021년 5월 크리스 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 고지에 오른 뒤 2년 반 동안 무려 9번 준우승했다. 3승을 거둔 선수인데도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박현경은 우승 직후 눈물을 쏟았다. 방송 인터뷰 도중 울먹이느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현경은 "다들 옆에서 '괜찮다'라거나 '곧 네 시간이 온다'고 말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나만 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능력을 의심하게 될 때가 가장 힘들었다. 특히 준우승을 할 때마다 내게 의구심이 들었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현경은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고 우승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했다"면서 "(준우승이) 실패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여겼고, 이렇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요즘 그동안 샷이 좋았기에 마음만 다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박현경은 "상반기에는 조급함을 느끼면서 빨리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반기에 들어서는 몇 년이 걸리든 끝까지 될 때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후배 김주형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2연패를 달성하고 기자회견에서 "기회는 다음 홀도 있고, 다음 라운드도 있고, 다음 대회도 있다"고 말한 것도 박현경에게는 울림을 줬다.

박현경은 "친하게 지내는 동생인데, 그런 긍정적인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머리칼을 자른 것도 심기일전을 노린 조치였다.

"지난 9월에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근심과 걱정을 자른 머리칼과 함께 버렸다"는 박현경은 "머리칼을 자른 뒤에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현경은 "다시 기르겠다"며 웃었다.

그렇지만 전과 달리 독한 마음도 먹었다.

"작년에는 연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며 안주했는데, 정말 많이 후회했다"는 박현경은 "오늘도 연장 첫 번째 홀 티샷 때 (캐디를 맡은) 아빠가 '여기까지 온 것도 잘했다'고 말씀하시길래 '그런 생각 마시라'고 했다. 이를 악물었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하반기부터 다시 백을 멘 아버지 박세수 씨에게 고마움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 출신인 박 씨는 박현경의 캐디를 줄곧 맡다가 이번 상반기 때 박현경이 전문 캐디를 쓰면서 잠시 백을 내려놨다.

박현경은 "약간 자존심이 상했지만 아빠한테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바람이 강한 2라운드 때 역시 바람을 잘 읽으시더라. 오늘도 16번 홀 버디 퍼트는 아빠가 라인을 봐준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앞으로 남은 2개 대회에서 우승을 또 하면 좋겠지만, 지난주부터 좋았던 샷감을 유지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은근히 한 번 더 우승 의욕을 내비쳤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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