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정치 재개발, `싹다 갈아엎어 주세요`

김화균 2023. 10.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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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숨만 나온다.

정치는 실종됐다. 꿈과 희망을 줘야 할 정치는 우환 덩어리다. 국회의원 숫자라도 확 줄이면 그나마 화풀이는 될 터이다.

경제는 오리무중이다.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은 했다. 하지만 올 목표 1.4%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죽하면 '사사오입', 즉 반올림을 하면 1.4%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까. '집값 연착륙', 즉 경기방어에 집착하다보니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뒤늦게 규제 카드를 고민하고 있으나 뽑을 패도 타이밍도 적절치 않다. 물가보다 경기침체를 더 우려하는 한국은행의 어정쩡한 스탠스에 국민의 신뢰마저 날아갈 처지다.

사회는 갈기갈기 찢겼다. 문재인 정부의 '갈라치기'는 윤석열 정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정치 논리를 연료로 세월호급 사회적 분열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4·10 국회의원 선거때까지 쭉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는 어떤가. 중동에서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수출 외에 마땅히 기대곳이 없는 한국 경제는 금리 인상, 유가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중 갈등은 우리 기업에게 생사를 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수출 전사들의 활약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고통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이미 곡소리가 난다. 포퓰리즘에 취한 맹탕 국민연금 개혁안, 주먹구구 저출산 대책에 미래 세대는 그나마 곡소리를 낼 체력이나 갖게될 지 걱정이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대한민국.결국 돌파구는 정치다. 한국을 옭죄는 모든 악재에는 '정치'란 두 글자가 수식어로 붙는다. 정치가 바로 위기의 원인이자 '방탈출'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급소는 입법이다. 입법은 협치의 산물이다.

협치는 '함께 멀리'의 실천이다. 대통령은 선출직이다. 국회의원도 선출직이다. 단 1표로 갈린 승부도 국민의 뜻이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이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협치의 출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은 잘한 결정이다. 구중궁궐 속에서 이른바 '십상시'에 갖혀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과거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탈출했을까. 대통령실, 이른바 '용와대'는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답은 '아니 올시다'다.

구중궁궐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마음 속에 자리한 '의지의 공간'이다. 마음은 '범죄자'라는 인식으로 차고 넘칠 수 있다. 머리로는 대화 상대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인 이재명 대표는 제1 야당, 그것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수장이다. 간절하다면 누구든 만나지 못할까. 대통령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다. 내키지 않는다고 거래처와 소통하지 않는 민간기업 CEO가 있는가. 격식(格式), 즉 급과 형식은 과감히 버려야한다. 통 크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국회의원에 부여한 각종 특권은 권리가 아니다. 흔들림없이 책임을 다하라는 의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법안도 막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독대를 거부한다면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먼저 만나면 된다. 이어 대통령에 만나자고 제안하면 된다. 자세를 낮춘다면 대통령이 독대를 마다할 명분이 약해진다. 민주당은 전체 국회의원 수의 과반을 훨씬 넘는 168석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 성향의 다른 야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170석이 훌쩍 넘는다. 대통령부터 만나자고 고집하는 것은 거대 야당의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유한 힘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163일 남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출마 후보자들은 이미 몸풀기에 들어갔다.

얼마전 '선거 로고송' 제작자 A 씨를 만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선거송을 구상 중이다. 그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의 'DOC와의 춤을'을 최고 선거송으로 꼽았다. 이 선거송은 '경제 대통령 DJ'란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는 " 선거송 덕택에 DJ가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차이(39만여표)로 이길수 있었다. 선거송의 승리"라고 단언했다.

A 씨는 오는 22대 총선 최고 히트 선거송 후보로 가수 이정현의 '바꿔'를 꼽았다. 13년 전인 2000년 4·13 총선 당시 히트작이다. 그는 "정치권이 통째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현 상황에서 '바꿔'를 능가할 정치적 구호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력한 비트로 무장한 이 곡의 후렴구는 이렇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바꿔."

'바꿔'만으로 충분할까. '바꿔'는 개조, 즉 리모델링이다. 현 정치 지형의 구도 변화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한국 정치의 유전자를 뽑아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방송인 유재석(활동명 유산슬)은 '사랑의 재개발'이란 곡을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곡 중 '싹다 갈아 엎어주세요'란 후렴구가 돋보인다. 시대정신은 '정치의 재개발'까지 강요하고 있다.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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