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 넘어 미중년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메소드 연기 [TEN스타필드]
이하늘 2023. 10. 29. 19:01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디카프리오
'미소년'에서 '미중년'으로 변신
'플라워 킬링 문'에서 메소드 연기
≪이하늘의 롱테이크≫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한 호흡으로 화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처럼 영화 이야기를 심층 분석합니다.
호수처럼 깊고 푸른 눈과 찡그릴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 장난기 가득한 표정까지. 손대면 부서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세기의 미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명실상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다. 현재는 '미중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불리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아직도 잊지 못할 '리즈 시절'이 있었다.
1974년생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990년 텔레비전 드라마 '페어런트 후드'에 출연하며 경력을 시작했고, 스크린 데뷔는 1991년 영화 '크리터스 3'로 시작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3)에 만 18세의 나이에 그레이프 가문의 셋째 지적장애를 지닌 어니 그레이프 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의 명장면은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와 어눌한 말투의 그레이프가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자각한 이후, 부정하면서 울부짖는 장면. 이는 아역 배우가 아닌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초상을 그려낸 '바스켓볼 다이어리'(1999),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그의 연인 시인 폴 베를린의 사랑을 그려낸 '토탈 이클립스'(1995),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20세기로 현대화시킨 '로미오와 줄리엣'(1996)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야말로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83cm의 큰 키에도 마른 체구와 특유의 소년미 탓에 '미소년'이라는 호칭이 붙기도 했으며,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와 날렵한 턱선으로 퇴폐미를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바로 '타이타닉'(1997)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포커판에서 우연히 타이타닉호 티켓을 구해 배에 승선하게 되는 화가 잭을 연기했다. 배 위에서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만나 첫 눈에 반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즈에게는 이미 재력의 약혼남이 있다.
잭은 "지금은 타이타닉에 살죠. 그다음은 하늘이 정해줍니다. 타이타닉의 표는 아주 운 좋게 포커 게임에서 땄죠"라며 가난한 처지에도 꺾이지 않고 단단한 심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과 나긋한 목소리, 낭만적인 모습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 같기도 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타이타닉' 속 세기의 명장면인 타이타닉호의 갑판에서 "I’m flying"이라며 두 손을 뻗은 로즈를 뒤편에서 안은 잭의 모습이다.
그간 흥행한 작품이 있음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이 떨어지지 않았고, 대중들은 연기력보다도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배우로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쉬운 선택도 있었겠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존의 경로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짙은 연기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2002)를 시작으로 '캐치 미 이프 유 캔', '에비에이터'(2002), '디파티드'(2004) 등 마틴 스코세이지,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거장 감독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 30대에 접어들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전의 '미소년' 같은 모습이 아니라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은 마초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며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눈에 띈 것이다.
가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을 테다. 그러나 그의 연기 인생은 아직도 '리즈'를 갱신 중이다. 홍콩영화 '무간도'(2003)를 리메이크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에서 아일랜드계 마피아 조직에 잠입한 경찰 빌리 코스티건 역을 맡았고, 그는 조직 안에 스며들면서 경찰로서의 판단과 윤리가 흐릿해지는 경계를 마주하는 빌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미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캐릭터를 연기한 양조위의 이미지를 뛰어넘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열정 넘치던 경찰에서 조직 잠입 이후 타락해가는 단계별 묘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성향과 경찰이라는 신분과 자신 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빌리의 심정은 기존에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는 보지 못한 색다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샘 멘더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2010)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 현실과 이상적인 삶 사이에서 방황하고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핏대를 올려세운 탓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 피곤한 기색으로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메소드 연기를 선보였다. '타이타닉' 이후, 케이트 윈슬렛과 삶의 가치로 부딪히는 권태로운 부부로 재회해 많은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도시'의 1950년대 교외 지역에서 남편 프랭크 윌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 윌러(케이트 윈슬렛)은 서로 같은 집에 있지만 다른 꿈을 꾼다. 프랑스로 향해 결혼하기 전처럼 낭만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에이프릴과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삶과 승진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남편 프랭크가 바라보는 세상은 정반대다. 같은 목표로 나아간다고 믿었건만. 사사건건 부딪치는 부부는 오프닝부터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말다툼하거나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결혼한다면, 이렇게 되나'라는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으며, 더욱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현실과 타협하는 미묘한 지점들은 그가 왜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를 입증했다.
오랜 경력만큼이나 필모그래피 안에서 대표작을 꼽는 일은 쉽지 않으나, 그럼에도 '위대한 개츠비'(2013)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를 제외하고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이야기할 수 없다. 우선, '위대한 개츠비'의 칵테일을 들고 있고 미소 짓는 그의 얼굴과 "I'm Gatsby"라며 자신감 넘치는 말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인장과도 같다. 미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집필한 '위대한 개츠비' 소설이 원작으로, 첫사랑 데이지(캐리 멀리건)의 마음을 얻고자 발버둥치는 개츠비의 어리석은 사랑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대저택에서 개츠비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순간적으로 스치는 모멸감과 절망감에서 개츠비의 망가진 사랑을 볼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기품 넘치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면, '레버넌트'는 유난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던 그에게 제88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는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들 호크와 함께 동료들과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서 습격당해 사지가 찢기면서 처절한 생존을 이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을 에리는 무서운 추위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휴 글래스의 삶을 향한 갈망은 156분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전개된다. 마치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이 전달되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안겨준다.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기른 모습은 동물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들 휴를 죽인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를 쫓으며 복수의 칼날을 간 아버지의 독기는 압도적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으로 '미중년'으로서 특유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20세기 초 석유로 갑작스럽게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오세이지족 원주민들에게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니스트 버크하크 역을 맡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세이지족 아내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과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 니로)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명실상부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리즈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지만, 지금의 모습 역시도 '리즈'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외모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씩 일궈나가는 성실함이 지금의 레오나르도를 만든 것이 아닐까. '미중년'을 넘어 '미노년'으로 향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앞으로는 어떨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미소년'에서 '미중년'으로 변신
'플라워 킬링 문'에서 메소드 연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이하늘의 롱테이크≫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한 호흡으로 화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처럼 영화 이야기를 심층 분석합니다.
호수처럼 깊고 푸른 눈과 찡그릴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 장난기 가득한 표정까지. 손대면 부서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세기의 미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명실상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다. 현재는 '미중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불리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아직도 잊지 못할 '리즈 시절'이 있었다.
1974년생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990년 텔레비전 드라마 '페어런트 후드'에 출연하며 경력을 시작했고, 스크린 데뷔는 1991년 영화 '크리터스 3'로 시작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3)에 만 18세의 나이에 그레이프 가문의 셋째 지적장애를 지닌 어니 그레이프 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의 명장면은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와 어눌한 말투의 그레이프가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자각한 이후, 부정하면서 울부짖는 장면. 이는 아역 배우가 아닌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초상을 그려낸 '바스켓볼 다이어리'(1999),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그의 연인 시인 폴 베를린의 사랑을 그려낸 '토탈 이클립스'(1995),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20세기로 현대화시킨 '로미오와 줄리엣'(1996)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야말로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83cm의 큰 키에도 마른 체구와 특유의 소년미 탓에 '미소년'이라는 호칭이 붙기도 했으며,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와 날렵한 턱선으로 퇴폐미를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바로 '타이타닉'(1997)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포커판에서 우연히 타이타닉호 티켓을 구해 배에 승선하게 되는 화가 잭을 연기했다. 배 위에서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만나 첫 눈에 반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즈에게는 이미 재력의 약혼남이 있다.
잭은 "지금은 타이타닉에 살죠. 그다음은 하늘이 정해줍니다. 타이타닉의 표는 아주 운 좋게 포커 게임에서 땄죠"라며 가난한 처지에도 꺾이지 않고 단단한 심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과 나긋한 목소리, 낭만적인 모습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 같기도 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타이타닉' 속 세기의 명장면인 타이타닉호의 갑판에서 "I’m flying"이라며 두 손을 뻗은 로즈를 뒤편에서 안은 잭의 모습이다.
그간 흥행한 작품이 있음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이 떨어지지 않았고, 대중들은 연기력보다도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배우로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쉬운 선택도 있었겠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존의 경로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짙은 연기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2002)를 시작으로 '캐치 미 이프 유 캔', '에비에이터'(2002), '디파티드'(2004) 등 마틴 스코세이지,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거장 감독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 30대에 접어들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전의 '미소년' 같은 모습이 아니라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은 마초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며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눈에 띈 것이다.
가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을 테다. 그러나 그의 연기 인생은 아직도 '리즈'를 갱신 중이다. 홍콩영화 '무간도'(2003)를 리메이크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에서 아일랜드계 마피아 조직에 잠입한 경찰 빌리 코스티건 역을 맡았고, 그는 조직 안에 스며들면서 경찰로서의 판단과 윤리가 흐릿해지는 경계를 마주하는 빌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미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캐릭터를 연기한 양조위의 이미지를 뛰어넘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열정 넘치던 경찰에서 조직 잠입 이후 타락해가는 단계별 묘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성향과 경찰이라는 신분과 자신 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빌리의 심정은 기존에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는 보지 못한 색다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샘 멘더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2010)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 현실과 이상적인 삶 사이에서 방황하고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핏대를 올려세운 탓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 피곤한 기색으로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메소드 연기를 선보였다. '타이타닉' 이후, 케이트 윈슬렛과 삶의 가치로 부딪히는 권태로운 부부로 재회해 많은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도시'의 1950년대 교외 지역에서 남편 프랭크 윌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 윌러(케이트 윈슬렛)은 서로 같은 집에 있지만 다른 꿈을 꾼다. 프랑스로 향해 결혼하기 전처럼 낭만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에이프릴과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삶과 승진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남편 프랭크가 바라보는 세상은 정반대다. 같은 목표로 나아간다고 믿었건만. 사사건건 부딪치는 부부는 오프닝부터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말다툼하거나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결혼한다면, 이렇게 되나'라는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으며, 더욱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현실과 타협하는 미묘한 지점들은 그가 왜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를 입증했다.
오랜 경력만큼이나 필모그래피 안에서 대표작을 꼽는 일은 쉽지 않으나, 그럼에도 '위대한 개츠비'(2013)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를 제외하고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이야기할 수 없다. 우선, '위대한 개츠비'의 칵테일을 들고 있고 미소 짓는 그의 얼굴과 "I'm Gatsby"라며 자신감 넘치는 말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인장과도 같다. 미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집필한 '위대한 개츠비' 소설이 원작으로, 첫사랑 데이지(캐리 멀리건)의 마음을 얻고자 발버둥치는 개츠비의 어리석은 사랑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대저택에서 개츠비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순간적으로 스치는 모멸감과 절망감에서 개츠비의 망가진 사랑을 볼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기품 넘치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면, '레버넌트'는 유난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던 그에게 제88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는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들 호크와 함께 동료들과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서 습격당해 사지가 찢기면서 처절한 생존을 이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을 에리는 무서운 추위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휴 글래스의 삶을 향한 갈망은 156분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전개된다. 마치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이 전달되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안겨준다.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기른 모습은 동물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들 휴를 죽인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를 쫓으며 복수의 칼날을 간 아버지의 독기는 압도적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으로 '미중년'으로서 특유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20세기 초 석유로 갑작스럽게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오세이지족 원주민들에게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니스트 버크하크 역을 맡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세이지족 아내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과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 니로)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명실상부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리즈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지만, 지금의 모습 역시도 '리즈'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외모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씩 일궈나가는 성실함이 지금의 레오나르도를 만든 것이 아닐까. '미중년'을 넘어 '미노년'으로 향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앞으로는 어떨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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