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이 쏜 ‘험지 출마론’… 내홍 불씨인가, 공천 혁신인가

조병욱 2023. 10.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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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김기현 대표 등 영남 중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험지 출마 같은 주장을 할 때는 면밀한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성 등을 따져 보고, 또 당사자와 상의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마구잡이식으로 어젠다만 던지고 나면 오히려 당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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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혁신위원장 인터뷰 파장
인 “영남 스타의원 서울 출마해야”
김기현·주호영 직접 지목해 압박
국힘 영남 3선 이상 중진 16명
“혼란만 초래” “물갈이 필요” 분분
혁신위, 30일 광주 5·18묘지 참배
이태원 추모 참석 이은 ‘통합행보’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김기현 대표 등 영남 중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당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중진들이 공개 반발에 나설 경우 내년 총선을 둘러싼 내홍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태원 1주기 시민추모제부터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등 기존 여당 지도부와 다른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최근 복수의 언론인터뷰에서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영남권 중진의 수도권 출마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울산 4선 의원인 김기현(남을) 대표와 대구 5선 주호영(수성갑) 의원의 실명을 언급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오히려 내홍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론과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긍정 평가가 엇갈린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험지 출마 같은 주장을 할 때는 면밀한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성 등을 따져 보고, 또 당사자와 상의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마구잡이식으로 어젠다만 던지고 나면 오히려 당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권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신호탄을 쐈지만 따라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며 “영남권 중진들 사이에서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기득권을 ‘뽑아내고’, 인재영입위원회는 새 인물을 ‘심고’, 총선기획단은 그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라며 “보선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물갈이 주장이 예상보다 빨리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험지 출마론에 대해 “아직 혁신위에서 논의된 안이 지도부에 최종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이르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영남권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모두 16명이다. 대구에는 5선 주 의원 외에도 3선 윤재옥(달서을) 원내대표와 김상훈(서) 의원이, 부산에는 5선 서병수(부산진갑)·조경태(사하을) 의원, 3선 김도읍(북강서을)·이헌승(부산진을)·장제원(사상)·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이 있다. 경남에는 5선 김영선(창원 의창) 의원, 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박대출(진주갑)·윤영석(양산갑)·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해당된다. 울산에는 4선 김 대표와 3선 이채익(남갑) 의원이 다선이다.
與 “소상공인 어려움 살필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첫 번째)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4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혁신위가 총선 공천 룰에 관한 내용을 혁신안에 담을지는 미지수지만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시 경선 페널티’ 같은 조항을 통해 인 위원장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은 시스템을 바꿔내는 것”이라며 “국민의 평균적인 생각과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당의 보편적 시각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30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그동안 당이 소홀했던 호남권 민심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인 위원장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제에 일부 혁신위원들과 동행하는 등 그동안 당이 외면했던 통합 행보를 가속화할 경우 인 위원장의 혁신론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정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해제 등 대사면 안건은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기 위한 시도로 당 최고위원회가 이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릴지도 관심사다.

조병욱·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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