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9번 끝에…박현경, '캐디 아빠'와 함께 웃었다

조희찬 2023. 10.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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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프에서 '부녀 합작 우승' 부문이 있다면 박현경(23)과 그의 캐디이자 아버지인 박세수 씨(54)가 역대 1위에 올랐을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살펴봐도 최근에 나온 부녀 합작 우승은 2015년 최운정(33)이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맡기며 우승한 마라톤클래식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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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오픈 우승
2차 연장서 이소영 꺾고 4승
910일 만에 트로피 들어올려
선수 출신 아버지, 캐디 맡아
준우승 징크스 함께 떨쳐내
"아버지 덕분에 제주바람 이겨"
박현경이 29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프로골프에서 ‘부녀 합작 우승’ 부문이 있다면 박현경(23)과 그의 캐디이자 아버지인 박세수 씨(54)가 역대 1위에 올랐을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살펴봐도 최근에 나온 부녀 합작 우승은 2015년 최운정(33)이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맡기며 우승한 마라톤클래식이 전부다. 이런 생소한 조합으로 박현경-박세수 부녀는 2021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3승을 거뒀다. 박씨가 다른 프로 선수들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뛴 프로골퍼라는 것. KLPGA투어에서도 최정상급 선수인 박현경이 아버지에게 많이 의지한 배경이다.

박현경(오른쪽)과 그의 아버지이자 캐디인 박세수 씨가 29일 우승컵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KLPGA 제공

이랬던 박현경의 경기는 지난 몇 년간 지독하게 안 풀렸다. 결국 올해 초 아버지 대신 전문 캐디를 고용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좀처럼 우승컵을 선물하지 못해 자책하던 박현경이 내린 결단이었다. 박씨 역시 “딸에게 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다”며 선뜻 캐디백을 전문 캐디에게 넘겼다. 하지만 무관의 늪은 깊었고, 박현경은 결국 시즌 중반 아버지에게 다시 ‘SOS’를 쳤다.

부녀의 재회는 박현경에게 네 번째 우승을 안겼다. 박현경은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친 뒤 이어진 두 번의 연장전에서 이소영(26)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 이후 910일 만에 거둔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통산 3승을 따낸 뒤 이번 우승이 나오기까지 기록한 준우승만 아홉 번이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때문이었는지 박현경은 경기 직후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에게 정말 감사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 바람을 잘 읽는 아버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8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이소영에게 당한 연장 패배까지 설욕했다. 작년 이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도 함께 씻어냈다.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수확한 박현경은 누적 상금 8억3867만원을 모아 상금랭킹 5위로 올라섰다.

5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한 박현경은 막판까지 혈투를 벌였다. 박현경은 16번홀(파5)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으나 이소영이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수확해 동률이 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1차 연장에서 박현경과 이소영은 나란히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진 2차 연장에선 싱겁게 승부가 났다. 이소영이 티샷을 벙커로 보낸 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연못에 빠뜨렸다. 반면 박현경은 안전하게 2온 뒤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주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2023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임진희(25)는 방신실(19) 등과 함께 4언더파 274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진희는 비록 우승은 놓쳤으나 대상포인트 558점을 기록해 609점으로 선두에 올라 있는 이예원(20)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예원은 이번주 공동 34위(3오버파 291타)에 머물며 대상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예원은 비록 주춤했으나 대상 외에도 상금과 평균타수에서 1위 자리를 지켜 ‘다관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KLPGA투어는 시즌 종료까지 단 2개 대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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