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부 예산 삭감에 청소년 사업 90% 중단 위기라니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사업 90%가 중단 위기에 처했다. 여성가족부가 내년도 청소년 관련 예산을 일률적으로 폐지·삭감한 탓이다. 2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용혜인 의원실이 17개 광역시·도의 2024년 청소년 사업 예산을 전수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 지자체가 여가부와 함께 수행하던 주요 청소년 사업 102개 가운데 중단된 사업이 60개, 사업 지속 여부를 정하지 못한 사업이 30개에 이른다. 특히 학교폭력(학폭) 예방과 노동권 보호, 성인권교육 등과 관련된 사업은 모조리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통상 지자체의 청소년 사업은 국비(여가부 예산) 50%에 지방비 50%로 진행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여가부는 청소년 활동 예산 38억2000만원, 학폭 예방 프로그램 예산 34억원, 청소년 정책참여 지원 예산 26억3000만원,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예산 12억70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청소년기본법 제정 취지와 제7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 등에 어긋나고, 최소한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
세수 결손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이 줄면서 지자체 재정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태에서 중앙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 지자체 홀로 사업을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용 의원실에 따르면 학폭신고센터와 청소년 노동자 임금체불·부당대우 등 해결을 돕는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사업은 내년에 17개 시·도 중 15곳에서 중단된다. ‘성인권교육’ 사업은 13곳,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은 7곳, 공연·전시와 체험활동 등을 지원해 온 ‘청소년 어울림 마당’ 사업은 5곳에서 폐지 수순을 밟는다.
건전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2005년 정부가 재정 통계를 정비한 후 최소 증가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를 더 두껍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말과 행동이 따로 가고 있다. 무엇보다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청소년 예산을 삭감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동산 부자들과 대기업 세금은 줄여주면서 쥐꼬리만 한 청소년 예산은 깎고 있으니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재정 운용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래세대들이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정부가 확대·발전시켜온 청소년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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