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11은 안 진다' 한국 여자축구, 북한과 0-0 무승부…올림픽 예선 조 1위 유지

조용운 기자 2023. 10. 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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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연 ⓒ대한축구협회
▲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북대결을 무승부로 마쳤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끈 여자대표팀은 29일 중국 푸젠성 샤먼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앞서 태국을 10-1로 이겼던 한국은 난적 북한을 상대로 승점을 가져오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1승 1무(승점 4)로 북한과 동률이지만 골득식에서 앞서 1위를 유지했다.

올림픽 올림픽 여자축구 2차예선은 12개 팀이 4개 팀씩 3개조로 나뉘어 치러진다. 각조 1위 3개 팀과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1개 팀만 3차예선으로 향한다.

한국은 태국, 북한, 중국과 같은 조다. 중국과 최종전을 남겨두고 최소한 조 2위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전 패배를 피해야 했다.

▲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이를 위해 케이시 유진 페어(무소속), 전은하(수원FC), 천가람(화천KSPO), 지소연(수원FC), 이영주(마드리드CFF), 장슬기(인천현대제철), 추효주(수원FC), 심서연(수원FC), 김혜리(인천현대제철), 이은영(고려대),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선발로 나섰다.

한국은 5-4-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북한 상대로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전력이 좋은 북한을 일단 잘 차단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전반 11분 지소연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예리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북한을 위협하기도 했다.

고비는 전반 중반에 찾아왔다. 20분이 지날 시점에 북한이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김경용의 슈팅을 시작으로 23분 리종금의 중거리 슈팅, 25분 김경용의 재차 헤더까지 매섭게 몰아붙였다. 세 차례 모두 한국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이었는데 다행히 김정미 골키퍼가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는 힘을 보여줬다.

실점을 면한 한국은 반격을 시작했고, 케이시 유진의 피지컬을 통해 북한 수비를 괴롭혔다. 전반 막바지 10여분은 오히려 한국이 더 공격 기회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북한은 케이시 유진을 막으려 박스 안에서 강하게 몸을 갖다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반 막바지 한국은 케이시 유진이 파울 당한 장면을 두고 페널티킥을 주장했으나 비디오 판독(VAR)이 없어 판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후반에도 균형은 계속 이어졌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후반도 시작 시점에는 북한의 기세가 맹렬했다. 박스 바깥에서 강한 중거리 슈팅이 장점인 북한은 계속해서 대포를 쏘아댔고, 김정미 골키퍼가 두 차례 좋은 선방을 보여줬다.

북한의 공세를 막기 위해 한국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전방부터 바꿨다. 케이시 유진을 불러들이고 손화연(인천현대제철)을 투입하면서 공격 변화를 주기도 했다. 다시 팽팽한 분위기로 바꾼 한국은 후반 23분 전은하와 천가람 대신 해외파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태국전에서 골을 넣었던 강채림(인천현대제철)을 넣었다.

한국은 새로 들어간 선수들을 위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북한도 후반 34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남은 10여분 서로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공방전으로 흘렀다. 차분하게 풀어간 대표팀은 북한에 끝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종료 직전 북한의 코너킥에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으나 잘 버텨내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 연합뉴스
▲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 연합뉴스

한 달 전 결과와는 판이했다. 이번 남북대결은 한 달여 만에 치러진 리턴매치였다. 한국은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북한을 만나 통한의 패배를 기록했다. 전반 이른 시간에 상대 자책골로 기선을 잡았던 한국은 손화연이 석연치 않은 퇴장을 당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그때도 대표팀은 10명으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수적 열세로 북한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후반 중반까지 1-1로 잘 싸웠지만 한 번 뚫리니 무너지고 말았다. 더구나 북한의 거친 플레이를 지적하지 않는 주심 성향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은 한국은 후반 36분 안명송에게 역전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이를 만회하려 라인을 올렸으나 오히려 후반 45분에 세 번째 실점, 추가시간에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까지 허용하며 큰 점수차로 패했다. 북한에 실력보다 외부 변수로 패한 느낌이 강했다.

▲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당시 판정의 불공정함에 분노한 벨 감독은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훌륭한 심판이 배정된 건지 의문이 든다. 이런 대회에는 더 전문적인 심판을 섭외해야 한다"며 "대체 이런 방식을 누가 만들었나. 16개국이 4개조로 정당하게 경쟁하게 해달라"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설욕을 다짐하며 다시 만난 이날 한국은 짜임새 있는 수비를 과시하며 무승부를 일궈냈다. 11대11로 진행되자 북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시원한 설욕은 하지 못했으나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한국은 이날 무승부를 포함해 북한과 통산 전적에서 1승 4무 16패로 여전히 큰 열세를 보인다. 한국이 북한에 이긴 유일한 승리는 2005년 8월로 18년 전이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산을 무승부로 넘긴 한국 여자축구는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해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한국은 내달 1일 중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펼친다.

▲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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