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실상 지상전 돌입…가자지구 암흑 속으로
정예군 투입해 지상전 확대…인질 구출도 지속
이란 "한계선 넘었다" 맞불…중동 확전 우려
[이데일리 이소현 이명철 기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 이후 최대 규모 폭격을 벌이며 사실상 지상전에 돌입했다. 국제사회가 예상했던 침공이나 전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 지상 작전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키웠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포위된 가자지구 주민은 정전으로 통신이 끊기면서 일대는 혼란에 빠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을 ‘2차 독립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상과 지하의 적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침공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침공이라고 부르지 않음으로써 인질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민간인 사상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 수뇌부도 정예군을 투입해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 전쟁의 목표에는 지상전이 반드시 필요하며 최고의 군인들이 현재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강도 높은 작전을 벌인 끝에 북부 일부를 장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에 하마스가 지난 7일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붙잡아 간 220여명 인질의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작전을 벌이면서도 전면전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 국제사회의 압박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스라엘은 작전 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을 계속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구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하마스를 더 많이 압박할수록 인질들을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반발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 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한계선(Red lines)을 넘었다”며 “이로 인해 모두가 조처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면서 우리에게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억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자고 나섰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억류 중인 모든 수감자와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바꾸는 즉각적인 교환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확대로 사망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며, 이날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에 집계한 누적 사망자는 7703명이었다.
대규모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는 통신이 두절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구급차조차 부상자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휴대전화와 무선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현재 이날 새벽 기준 통신은 천천히 복구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휴전 촉구에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전례가 없을 정도의 폭격이 발생하고 피해가 커져 놀랐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미국, 중동,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마스가 부비트랩이 곳곳에 깔린 복잡한 지하 터널을 구축했고 민간인과 인질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어 가자지구 지상전은 매우 어려운 과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처음으로 지도나 음성파일 등 구체적 첩보자료를 공개하며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센터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는 “날조된 것”이라며 사실무근을 주장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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