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깜짝고백 "월드시리즈보다 한국행이 더 두려웠다" 왜?

윤욱재 기자 2023. 10.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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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시리즈 2차전의 영웅 메릴 켈리
▲ 월드시리즈 2차전의 영웅 메릴 켈리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이제 KBO 리그 역수출 신화를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영웅으로 등극하려 한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완투수 메릴 켈리(35)가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았다.

켈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선발투수로 등판,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애리조나의 9-1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켈리의 투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사사구는 1개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탈삼진 9개를 수확했다. 투구수도 89개로 이상적이었고 89개 중 6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켈리는 1회말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을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슬라이더의 구속은 87마일(140km)이었다. 이어 코리 시거를 2구 만에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더니 에반 카터에게는 93마일(150km) 커터를 던져 타석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삼진 아웃이었다.

켈리가 2회말 시작부터 만난 타자는 전날(28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던 아돌리스 가르시아. 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르시아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어 미치 가버를 3루수 플라이 아웃, 요나 하임을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요리했다. 3회말 선두타자 나다니엘 로우를 93마일 커터로 삼진 처리한 켈리는 조쉬 영을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잡은 뒤 레오디 타베라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면서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타베라스를 잡은 공은 90마일(145km) 체인지업이었다.

애리조나가 4회초 2-0 리드를 잡자 켈리는 더욱 신바람을 냈다. 4회말 세미엔과 시거를 나란히 외야 플라이로 처리한 켈리는 카터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이날 경기의 첫 출루를 허용했으나 가르시아를 우익수 뜬공 아웃으로 잡고 간단하게 이닝을 마쳤다.

켈리는 5회말 선두타자 가버에게 93마일 싱커를 던진 것이 좌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져 첫 실점을 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하임을 1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로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영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끄떡 없었다. 켈리가 타베라스의 타구를 직접 잡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수확한 것이다.

이날 켈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6회말이었다. 텍사스의 공격을 이끄는 1,2,3번 타순을 상대로 KKK쇼를 펼친 것. 세미엔을 93마일 포심 패스트볼, 시거를 92마일(148km) 커터, 카터를 85마일(137km) 커브로 삼진을 잡은 켈리는 애리조나가 7회초 공격에서 2점을 추가하자 7회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고 역시 가르시아와 하임을 삼진으로 잡는 등 완벽한 피칭으로 텍사스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데 성공했다. 애리조나는 8회초 공격에서 3점을 추가하며 7-1로 리드했고 굳이 켈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호투를 선보였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호투를 선보였다.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볼넷 없이 탈삼진 9개 이상 기록한 투수는 결코 흔치 않았다. 이는 켈리가 역대 5번째로 기록됐다. 앞서 1949년 돈 뉴컴(월드시리즈 1차전), 2000년 로저 클레멘스(월드시리즈 2차전), 2009년 클리프 리(월드시리즈 1차전), 2017년 클레이튼 커쇼(월드시리즈 1차전)가 이를 기록한 바 있다.

전날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애리조나는 하루 만에 켈리의 호투로 기운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만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맹활약하고 있는 켈리.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투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경기 후 애리조나 베테랑 3루수 에반 롱고리아는 "내가 본 것 중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실행했다"라면서 "켈리의 투구를 보면 결코 압도적이지 않다. 시속 100마일(161km)의 공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4개 이상의 구종을 모든 곳에 던질 수 있다"라고 켈리의 투구를 극찬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고 월드시리즈에서 투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는 켈리는 월드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도 호투를 펼치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나는 26세에 한국으로 가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것, 심지어 월드시리즈에서 투구하는 것보다 훨씬 두려웠다"라고 한국행을 결심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켈리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무명의 마이너리거에 불과했던 켈리는 201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하기로 결심했고 2018년까지 KBO 리그에서 뛰면서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장수 외국인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켈리의 발전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애리조나가 켈리와 계약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켈리는 "분명히 나의 야구 경력에 있어 한국으로 가는 선택, 문화, 가족과의 이별은 나에게는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워낙 산전수전을 겪은 야구 인생이다보니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켈리는 "현재 시점에서 어떤 것도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라고 월드시리즈라는 무대에서 압박감 없이 투구를 이어갈 것임을 다짐했다.

원정에서 1승 1패를 거둔 애리조나는 이제 31일부터 홈 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경기를 치른다. 김병현이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애리조나가 또 한번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메릴 켈리의 7이닝 1실점 호투로 애리조나가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 메릴 켈리의 7이닝 1실점 호투로 애리조나가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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