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를 기억하라"... 이태원에서 서울광장까지 추모 물결 [이태원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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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다.
검은색 모자와 겉옷으로 추모의 예를 표한 시민들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애도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29일 오후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잠시 멈춘 유형우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정치집회가 아닌 추모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리를 비워 놓고 대통령이 1주기 추모대회에 와 주기를 기다리겠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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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다. 한날한시 한곳에서 자녀∙형제∙부모를 황망하게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은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그날의 현장을 찾았다. 홀로 속앓이를 했던 1년 전과 달리 이번엔 함께였다. 검은색 모자와 겉옷으로 추모의 예를 표한 시민들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애도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29일 오후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오후 1시 59분에 맞춰 4대 종교(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용산 대통령집무실을 거쳐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 추모식은 종착지인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약 1만7,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른 아침부터 비극의 장소에는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민 김홍례(28)씨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세월호 참사 후 10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았느냐"면서 "힘을 합쳐 안전한 삶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일본인 니시다 다카시(50)는 "참사 희생자인 지인을 추모하기 위해 3일 전 입국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기도회는 엄숙함과 차분함이 교차했다. 4대 종교를 대표해 참석한 교인들은 한뜻으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유족과 시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손을 모으고 추도문을 경청했다. 기도회 중간중간 '이태원 참사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태원 특별법 즉각 제정"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외치기도 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기도회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발길은 대통령실로 향했다.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잠시 멈춘 유형우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정치집회가 아닌 추모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리를 비워 놓고 대통령이 1주기 추모대회에 와 주기를 기다리겠다"고 소리쳤다. 이날 추모식을 정치집회로 간주해 불참 의사를 밝힌 대통령실을 겨냥한 것이었다.
서울광장까지 1시간 50분가량 이어진 행진 내내 연대 발언과 구호가 메아리쳤다. 추도대회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여당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만희 사무총장이 눈에 띄었고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등 일부 자치단체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가장 많은 외국인 희생자(5명)를 낸 이란의 사이드 쿠제치 대사도 나와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자국민의 영혼을 달랬다.
추모대회에서 유족들은 재발방지책 마련과 함께 이태원 특별법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예측과 경고를 인지하고 계획을 실행했다면 우리가 유족이 될 일은 없었다"며 "특별법을 통해 제대로 된 참사의 원인과 진실이 밝혀졌을 때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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