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롤코'에서 '장꾸준'이 되기까지...'FA 선발=실패' 공식을 깬 사나이

김용 2023. 10.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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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롤코'에서 '장꾸준'으로, 그리고 KBO의 새 역사를 쓴 사나이.

하지만 롯데 시절 원래 그의 별명은 '장롤코'였다.

역대 타 팀으로 이적한 FA 선발투수 중, 장원준만큼 성공적이었던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

이 자체만으로도 장원준은 KBO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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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인 시절 장원준.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장롤코'에서 '장꾸준'으로, 그리고 KBO의 새 역사를 쓴 사나이.

2023년 10월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 두산 베어스의 정규시즌 최종전. 두산은 선발투수 장원준이 5실점을 하는데도 그를 내리지 않았다. 4회말 아웃카운트 1개를 잡자, 장원준의 투구는 끝났다. 마운드를 내려오는데,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동갑내기 최고참 김재호는 장원준을 감싸 안았다. 장원준이 나중에야 털어놓은 얘기지만, 그렇게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 뒤에서 폭풍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것이 마지막임을 직감한 것처럼...

장원준이 은퇴를 선언했다. 2004년 프로 데뷔 후, 20년 프로 커리어를 마감한 것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늘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긴 세월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는 사이 통산 132승, 역대 9번째 2000이닝 투구라는 엄청난 기록이 쌓여있었다.

사실 2018 시즌부터 급격한 내리막 길을 탔다. 2015년 4년 84억원이라는 거액 FA 계약을 맺고 두산에 합류한 뒤, 한국시리즈 2연패와 3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169⅔-168-180⅓이닝으로 많이 던졌다. 많은 돈을 받았는데, 팀 성적은 매 시즌 정점을 찍으니 기대에 부응하려면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쉬지 못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까지 차출됐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여파가 급격하게 몰려온 듯 했다.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12/

2018년 3승에 그쳤다. 통산 129승. 장원준은 어떻게든 130승을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나가면 따내던 승리가 그렇게 어려웠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이대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승엽 감독을 만났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장원준이 한 시즌 동안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왔다. 그렇게 마의 130승 벽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2000이닝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08년을 시작으로 8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장꾸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롯데 시절 원래 그의 별명은 '장롤코'였다. 투구 내용이 롤러코스터를 타 듯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였다. 강속구 투수는 아닌데, 그렇다고 제구가 그렇게 정교하지도 않았다. 실제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면서도, 4점대를 훌쩍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이 부지기수였다. 또 부산 출신으로 1차지명 기대주에 대한 롯데팬들의 애정섞인 지적이기도 했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SSG전. 5회말 1사 1루 장원준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김재호가 두 팔을 벌려 맞이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17/

그래서 두산이 장원준에게 거액을 투자할 때,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하지만 넓은 잠실구장, 탄탄한 두산 내야수들을 만난 장원준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애초 두산이 장원준에게 기대한 건 압도적인 투구가 아니었다. 꾸준하게 이닝을 소화해주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내용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게 장원준은 두산에 '왕조 시대'를 선물했다.

두산은 영광의 세월을 선물한 베테랑을 위해 은퇴식을 열어주려 한다. 아니, 그가 현역 연장을 원했다면 그것도 들어주려 했었다. 그런데 장원준은 쑥스럽다며 은퇴식도 거절하고 있다. 충분히 그 영광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투수다. 역대 타 팀으로 이적한 FA 선발투수 중, 장원준만큼 성공적이었던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 투수들은 어깨를 많이 소모한 상태로 FA 자격을 얻어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이 자체만으로도 장원준은 KBO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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