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퍼주고, 尹정부서 '환수' 냉가슴 앓다 고육책
당국 "매출자료 없어 귀책無" 설명
중소상공인 경영난에 면책하기로
당정 신속한 후속입법 추진 예정
환수 원칙 선회 놓고 논란은 불가피
여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29일 발표한 ‘선지급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 방침은 ‘꽁꽁’ 얼어붙은 체감 경기 속에서 고금리까지 겹쳐 이중고에 직면한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영 중소기업부 장관에 따르면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제대로 된 자격 확인 없이 선지급으로 퍼준 총 8000억여 원 상당의 재난지원금을 놓고 현 정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가며 환수 여부를 고심해왔다. ‘영세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왜 환수하려 하느냐’는 일각의 여론 압박 속에 환수와 면제 사이에서 고심하던 정부 당국은 지원 당시 매출 정보가 없어 귀책 사유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 전액 환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정부가 환수 방침을 천명했던 원칙을 불과 며칠 만에 뒤집은 데다가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 악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최선책이라기보다는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끄는 조치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환수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환수가 면제된 재난지원금 대상은 2020년 9월 지급된 1차(새희망자금)와 2021년 1월 지급된 2차(버팀목자금) 중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들이다. 당시 소상공인에게 각각 최대 1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집행 실적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지급 대상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엉뚱한 곳에 지급되는 등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 관련 재난지원금을 총 7차례에 걸쳐 지급했는데 3~7차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 피해 규모가 확인 가능했지만 1·2차는 팬데믹 초기였고 신속한 집행을 위해 매출 감소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선(先)지급했다. 다만 보조금법에 따라 추후 확인을 통해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환수한다는 내용을 공고문에 담았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보조금법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미 상당수의 점포가 폐업한 데다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집행을 미뤄왔다.
이와 관련해 이달 27일 국정감사에서는 주무부처 장관인 이 장관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강력한 환수 의지를 밝힌 상태였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열린 고위당정대협의회에서 정부는 여당과의 협의 속에 환수 면제 입장을 밝히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큰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중기부가 전액 면제, 부분 면제, 전액 환수의 3개 시나리오를 수개월째 협의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 당시 매출 정보가 없던 상황에서 긴급히 지원돼 행정청·소상공인의 귀책 사유가 없던 점, 현재 고금리로 소상공인 경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법률상 환수 의무를 면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소상공인법 개정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쉽게 누구도 결정하지 못했던 면제 결정이 오늘 당정회의에서 도출될 수 있어서 저랑 직원들은 오늘에서야 탄식에 가까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국무총리공관에서 개최한 14차 고위당정대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들의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해 금융 부담 완화와 내수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소상공인들을 위한 민생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면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 (환수 면제와 관련한) 법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정대는 행정청·소상공인의 귀책 사유가 없고 경기 악화로 소상공인의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면제 사유로 내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저가주택 등을 대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의 공급 목표(39조 6000억 원) 이상 신규 대출을 하기로 한 점도 이미 위험신호가 감지된 가계부채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박 수석대변인은 “현재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있지만 구조적 문제나 금융권 시스템상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금융위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며 제기된 지적을 일축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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