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덕적 군대"라는 이스라엘군이 진입한 가자에서 아이들 3000명이 숨졌다

전혼잎 2023. 10.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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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궤멸을 명분으로 한 가자지구 지상전을 사실상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재앙적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국제사회가 경고하며 말렸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주장하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습·지상전으로 저항 세력을 뿌리 뽑고(1, 2단계), 가자지구에 '새 안보 체제'를 세우겠다(3단계)고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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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군, 도덕적” 발언
팔 측 사망자 절반이 무고한 ‘어린이’
“가자지구 민간인 안전지대 없다” 우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텔아비브의 군 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궤멸을 명분으로 한 가자지구 지상전을 사실상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재앙적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국제사회가 경고하며 말렸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주장하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젯밤 추가적인 지상군이 ‘악의 요새’로 향하는 입구인 가자지구의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면서 “이는 전쟁의 두 번째 단계”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공습·지상전으로 저항 세력을 뿌리 뽑고(1, 2단계), 가자지구에 ‘새 안보 체제’를 세우겠다(3단계)고 선언한 상태다.

이스라엘군(IDF)도 “27일 저녁부터 가자지구 북부에 보병과 기갑·공병부대를 투입해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쟁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 이뤄졌고 IDF가 가자지구 북부 일부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도덕적인 군대’가 진입한 가자지구에선 27일에만 377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누적 사망자는 8,000명을 넘겼고, 절반이 어린이다. 포격과 폭격으로 모든 유선통신과 인터넷이 끊긴 탓에 대피를 위한 공습경보도 울리지 않고 사상자가 발생해도 구급차를 부를 수 없었다.


폭격으로 ‘정전’ 됐던 가자, 외부와 단절

25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뉴시스

네타냐후 총리는 "전시 내각과 안보 부처가 만장일치로 지상전 확대를 승인했다"며 "육지, 바다, 하늘에서 싸워 적들을 지상과 지하 모두에서 파괴할 것"이라며 "길고 힘든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으로 가자지구를 사실상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27일 포격과 폭격으로 통신이 끊겨 가자지구는 한때 암흑의 도시가 됐다.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된 채 가족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이스라엘 전투기가 뿌린 "즉시 남쪽으로 떠나라"고 적힌 전단만 흩날렸다고 AFP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통신업체는 서비스 중단 약 36시간 만인 29일 오전 통신을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사람들은 이제야 누가 이스라엘의 폭격에서 살아남을 만큼 운이 좋았는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망자 대부분 민간인… 국제사회 비판 커져

28일 영국 런던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이 “가자지구 주민이 아닌 하마스와의 싸움"(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이라고 했으나, 사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다. IDF는 병원, 학교, 난민 캠프 등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하마스가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400명을 죽인 데 대한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주장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민간인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순 없다.

국제사회에서도 ‘더는 지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르자나 스폴자릭 에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위원장은 “대규모 공습 속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안전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수천 명의 민간인”이 더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곳곳에선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대피하라는 ‘남부’도 아비규환… 확전 불씨도

26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피란민을 위한 식량 배급이 준비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약 230만 명 중 140만 명 이상이 피란민이 됐다. 물, 음식, 의약품, 연료가 바닥났지만 지난주 이후 트럭 84대 분량의 구호품만 가자지구로 반입됐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에 소개령을 내리면서 주민들을 남부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남부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알자지라는 29일에도 가자 남부의 도시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주민 13명이 사망했다면서 “이스라엘은 (폭격 전에)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동 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맞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가 타깃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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