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은 용산역 '뒤'에 있다 …"원효로2가 주목"
전자상가 중심 개발 급물살
용산역 후면부 영향 받을 것
시세 높아진 용리단길 상권
임대수익률 낮아 투자 신중
상업용부동산 고금리 여파로
내년 숨 고르며 급매 나올 듯
"용산전자상가에서 원효로2가로 넘어오는 지역의 매물을 주목할 만합니다.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은데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6일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전문위원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사거리 앞에서 한 빌딩을 가리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자사 VIP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위원이 동행하는 '용산 부동산 투어'를 진행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임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으로, 이날 현장에는 고액 자산가 40여 명이 참여했다.
"오랜만의 답사인데 왜 용산이냐"는 고객 질문에 최환석 센터장은 "용산공원과 용산정비창,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용산 일대의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센터장은 "용산이 개발되면 그 여파는 용산 서측 권역인 원효로1동 인근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지하철 1호선 용산역 후면부의 변화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나진상가 일부 동이 부동산 투자법인에 속속 팔리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장에 가보니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뒤편으로 펜스를 치고 공사를 준비하는 용지가 여럿 눈에 띄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전자상가 일대를 미래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뒤 개발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용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기 위한 청사진을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결국 바로 뒤편인 원효로 일대도 점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측 전망이다. 원효로2가 도로변의 여러 부동산 매물을 코로나 이후 첫 임장 대상지로 살펴본 이유다.
현장은 낡은 건물과 저층 주거지 위주였다. 김 위원은 "정비계획이 수립된 길 건너편과 달리 여기는 개인이 투자하고 단독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토지 효율성이 좋은 노선 상업지역 매물은 3.3㎡당 1억~1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일부 가격 조정이 되는 물건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면부 단독주택은 시세가 3.3㎡당 5000만~6000만원 수준"이라며 "리모델링해 보유하면 앞으로 지가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참여한 자산가들은 개별 매물에 대해 "얼마면 투자가 가능한가" "언제 매입하는 것이 적기인가" 등을 질의하며 관심을 보였다. 한 자산가는 "용산역 전면부의 '용리단길' 매물과 비교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용리단길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6호선 삼각지역 사이에 자리한 골목상권이다.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 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김 위원은 "용리단길 매물은 대부분 3.3㎡당 2억원 이상으로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목상권 특성상 임대수익에도 한계가 있다. 대출 이자가 높은 시기라 투자에는 의문이 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센터 측은 "매도 호가가 아직 기존 고점에 머물러 있다. 고금리 시기인 만큼 추격 매수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급매물이 나오고 가격이 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용산역 후면부의 유명 상권으로는 '열정도'도 있다. 2014년 원효로1가에 만들어진 열정도는 그러나 시한부 상권이다. 문배 2구역에 속해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곳곳에 '2023년 12월 이후 철거 예정'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김 위원은 "애초에 정비계획이 세워진 곳에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상권이었다"며 "5년 뒤에 다시 오면 열정도라는 상권 자체가 없어지고 업무시설과 주상복합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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